지난해 향년 65세로 별세한 유명 할리우드 배우 발 킬머(Val Kilmer)가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재현돼 영화 '무덤만큼 깊은 곳(As Deep as the Grave)'에 주연으로 출연한다.
18일(현지시각) 영국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발 킬머는 생전 해당 영화에 캐스팅됐지만 인후암 투병으로 건강이 악화돼 촬영에 참여하지 못했다.
발 킬머는 극 중 아메리카 원주민 출신의 영성주의자이자 가톨릭 사제인 '핀탄 신부' 역을 맡는다. 영화감독이자 작가인 코에르테 보어히스는 "이 역할은 원래부터 킬머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다"며 "킬머는 생전 아메리카 원주민 권익 옹호자이면서 체로키 혈통을 주장해 온 인물이었다. 핀탄 신부 역시 그의 원주민성 정체성과 미국 남서부에 대한 애정이 반영된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현재 제작진은 그의 유족과 딸 메르세데스 킬머와 협력해 생성형 AI 기술로 킬머의 모습을 재현하고 있다. 그는 "킬머의 가족들은 이 영화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킬머 역시 참여를 강하게 원했다"며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지만 이것이 킬머의 뜻"이라고 말했다.
영화 '무덤만큼 깊은 곳'은 1920년대 미국의 남서부 원주민인 '나바호족'과 협력해 북미 초기 문명인 '선조 푸에블로인(Ancestral Puebloan)' 유적을 발굴한 고고학자 앤과 얼 모리스 부부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이 작품은 '죽음의 협곡(Canyon Del Muerto)'이라는 제목으로 2023년부터 제작이 진행됐으며, 배우 톰 펠턴과 애비게일 로리가 각각 얼과 앤 역으로 출연한다. 이 외에도 아카데미상 수상자인 웨스 스투디와 제이컵 포춘 로이드 등이 조연으로 등장한다.
AI로 구현된 킬머는 영화에서 상당한 분량을 차지할 예정이며, 제작진은 그의 생전 다양한 시기의 이미지를 활용해 모습을 재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창작계에서 AI 활용을 둘러싼 논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할리우드에서는 관련 기술 도입이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실제로 2024년 개봉한 영화 '브루탈리스트(The Brutalist)'에서는 배우 애드리언 브로디가 연기한 헝가리어 억양의 영어를 보정하는 데 AI가 활용됐다. 또 지난해에는 배우 매튜 매커너히와 마이클 케인이 음성 AI 스타트업 '일레븐랩스(ElevenLabs)'와 계약을 맺고 자신의 목소리를 기반으로 한 AI 음성 제작을 허용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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