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이유를 찾는 사람들/나경희/에스판다스/1만6800원
“악한 자를 대적하지 말라 오른뺨을 치거든 왼편도 돌려대며”로 시작하는 성서의 구절은 악을 어떻게 마주할 것인가 하는 질문을 남긴다. 악은 피할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악의 피해가 지나간 후에도 피해자를 사로잡는 “왜 그랬니?”라는 질문이다. 이유를 묻는 일은 때로 악의 지배를 지속시키는 장치가 된다. 악의 영향력 아래 머물며, 끝내 그것을 삶의 중심주제로 삼게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악의 이유를 끝까지 추적해야 하는 이들이 있다. 나경희 시사IN 기자가 쓴 이 책은 한국 경찰 공개채용 프로파일러 1기 4인(김윤희·백승경·최대호·추창우)의 20년의 기억을 풀어냈다. 채용 과정부터 현장 수사까지, 한국형 프로파일링의 탄생과 진화를 기록했다. 전·현직 수사관과 연구자들의 증언도 더했다.
출발점은 위기였다. 2004년, 연쇄살인범 유영철과 정남규가 사회를 흔들었다. 경찰은 새로운 대응체계를 요구받았다. 2005년 7월, 민간 인력 16명이 특채로 선발된다. 전직 리서치 회사 직원·군인, 순경·심리학 연구자 등 서로 다른 이력을 가진 이들이 경찰학교를 거쳐 이듬해 1월 일선에 배치됐다. 한국 1호 프로파일러로 알려진 권일용 동국대 교수가 ‘개척자’라면, 이들은 제도화된 1기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