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와우리] 美·이란 전쟁에 미소짓는 러시아

국제 유가 급등에 러 반사이익
크라 지원 약화… 전황도 유리
美 전략 자산 중동 지역 재배치
韓 안보 불안·북핵 위협 대비를

지난 2월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시작된 미국·이란 전쟁이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유가는 폭등하고 각국의 주식시장은 크게 요동쳤다. 국제유가 급등으로 스태그플레이션의 공포가 세계를 덮치고 있다.

미·이란 전쟁은 군사·안보적으로도 심대한 파장을 낳고 있다. 미국은 중동 및 인접 수역에 항공모함 3척을 배치함은 물론 이란의 미사일·드론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인도·태평양지역에 비축된 요격미사일과 주한미군이 운용하고 있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장비 일부까지 중동으로 긴급 재배치했다. 더 나아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 일본, 중국, 영국, 프랑스를 포함해 7개국에 군함 파견을 요청했다.

장덕준 국민대 명예교수·유라시아학

미국의 그러한 군사적 행보는 다른 지역의 분쟁과 안보 환경에도 파급효과를 미칠 것이다. 이제 5년 차에 접어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예외가 아니다. 그렇다면 미·이란 전쟁은 종전 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우크라이나와 아직도 전쟁 중인 러시아에 어떠한 영향을 줄까.



먼저 미·이란 전쟁이 러시아에 이득이 되는 측면을 살펴보자. 첫째, 석유 가격의 급등은 러시아에 숨통을 틔워 줄 것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습에 대응해 이란은 호르무즈해협 봉쇄에 들어갔다. 호르무즈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20~30%가 통과하는 세계 에너지 공급망의 급소이다. 그로 인한 국제유가 급등은 러시아에 가뭄 끝의 단비와 같다. 생산량 세계 3위의 석유와 2위의 천연가스는 예산의 25% 정도를 차지하고 수출의 약 60%를 담당할 정도로 러시아 경제의 중핵이다.

둘째, 미·이란 전쟁은 러·우 전쟁 전황에도 영향을 준다. 조만간 러·우 전쟁을 매듭짓겠다고 공언해 온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전쟁에 발이 묶여 러·우 전쟁에 관여할 겨를이 없을 것이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관심과 지원이 줄어든다면 러시아는 전세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끌고 갈 여력이 생긴다. 이란의 집중적인 드론 및 탄도미사일 공격으로 방공망에 비상이 걸린 미국이 패트리엇(PAC-3) 등 요격미사일을 중동지역에 집중적으로 투입함으로써 우크라이나의 요격미사일 재고가 크게 줄어들게 되었다. 우크라이나의 근심은 깊어지고 러시아는 한숨 돌리는 형국이다.

셋째, 러시아는 미·이란 전쟁이 교착될 경우 종전 과정에서 중재자 역할을 맡을 수 있을 것이다. 주요 국제 문제에 있어서 미국의 카운터 파트너이자 이란과는 오랫동안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해 온 러시아는 미·이란 전쟁 종전 협상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러시아는 책임 있는 강대국으로서의 이미지를 제고하고 중동 문제에 대한 발언권을 강화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반면에 미·이란 전쟁이 러시아에 부정적인 파급효과를 끼칠 수도 있다.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이란의 군사적, 경제적 역량이 현저하게 축소되거나 체제 변동이 일어날 경우 중동지역에서 모스크바의 지정학적 파트너십 중심축인 테헤란이 무력화될 것이다. 그러한 상황이 펼쳐진다면 러시아의 반서방 연대 구축 노력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그럼에도 전체적으로 미·이란 전쟁은 모스크바에 확실히 유리한 정세 변화라고 할 것이다.

미·이란 전쟁은 한반도에도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이란과의 전쟁 발발 이후 세계 각지에 배치된 전략 자산을 중동으로 재배치하는 움직임은 ‘동맹 현대화’라는 워싱턴의 정책이 현실화되고 있음을 확인시켜 준다. 이는 한국의 안보 공백에 대한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한편 미·이란 전쟁은 북한 핵 문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 미국이 이란의 체제 전복과 핵 개발 저지, 미사일 전력의 무력화 등을 공격의 명분으로 내세운 점은 북한의 김정은에게 핵·미사일 능력 강화의 필요성과 정당성을 각인시켜 주고 한국과 미국에 대한 대립 정책을 강화할 공산이 크다. 대한민국은 북한의 핵무기와 재래식무기를 통한 도발은 물론 드론 및 사이버 공격, 가짜뉴스 유포 등 하이브리드 전쟁 위협에 대해서도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이다.

 

장덕준 국민대 명예교수·유라시아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