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왕의 길’이 다시 열린다. K팝으로 세계를 제패한 방탄소년단(BTS)은 21일 오후 8시 경복궁 근정전에서 흥례문·광화문·월대로 이어지는 어도(御道·왕의 길)를 걸어 나와 세계인을 만난다. 1896년 고종이 러시아공사관으로 피신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던 ‘왕의 길’이 130년 만에 되살아나는 순간이다.
전 세계로 생중계되는 ‘BTS 더 컴백 라이브 | 아리랑’은 한국과 서울이 지닌 역사성과 문화적 성취를 발산하며 지구촌을 하나로 묶는 퍼포먼스가 될 전망이다. 19일 서울은 사상 최대 규모의 글로벌 팝 라이브 이벤트를 앞두고 세기의 이벤트가 된 이번 공연 준비와 세계 각지에서 온 ‘아미(BTS 팬덤)’로 붐비며 이미 축제가 시작된 모습이다.
BTS의 이번 공연은 멤버 전원 병역 의무 이행 후 ‘복귀 무대’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조선 600년 역사가 이어져 내려온 광화문광장에서 BTS는 신보 ‘아리랑’에 담긴 신곡을 세계인에게 선보인다. 한국적 고유 서사가 어떻게 세계적 보편성을 획득하며 K컬처가 당대 대중문화 주류로 자리 잡았는지 보여주는 기념비적 장면이 연출된다.
RM은 이날 글로벌 팬 커뮤니티 위버스에 “아미 여러분! 광화문에서 여러분을 만날 생각에 저희도 정말 설렙니다. 모두가 안전하고 즐겁게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BTS 광화문 공연을 보기 위해 서울 시내에 모일 인원은 26만여명(경찰 추산)에 달한다. 2002년 월드컵 거리 응원 이후 광화문 일대에서 열리는 최대 규모 문화 행사다. 세종대로를 포함한 서울 도심은 이날 차량 통행 중단 및 건물 출입 통제 조치 등이 취해진다. 지하철 광화문역은 오후 2시부터, 시청·경복궁역은 오후 3시부터 각각 무정차 통과한다.
세계적으로 약 3억2500만명이 가입한 넷플릭스를 통한 글로벌 생중계 역시 전례 없는 규모다. 넷플릭스 최대 라이브 이벤트였던 2024년 11월 제이크 폴 대 마이크 타이슨 복싱 경기에서 글로벌 평균 시청자(AMA) 1억800만명, 최대 동시접속 6500만 스트림을 기록한 바 있다. BTS의 전 세계적 팬덤 규모를 고려할 때 이번 생중계가 이를 넘어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헌식 음악평론가는 “190개 국가에 편집 과정 없이 동시 송출한다는 것은 음악사에서도 공연사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세기의 이벤트가 된 이번 공연의 또 다른 주인공은 서울이다. 이미 세계적 관광지로 부각된 서울의 매력이 이번 생중계는 물론, 공연 관람을 위해 서울을 찾은 해외 팬들이 만들어낼 수많은 영상 콘텐츠와 함께 전 세계로 확산될 전망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1987년도에 광화문에 모였던 것은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었고, 2002년 월드컵은 축제의 의미가 컸다면, 이번에는 문화적인 측면에서 집중하고 있다는 게 새로운 그림”이라며 “K컬처가 전 세계에 보여지는 공간으로서 광화문이 들어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울시는 ‘BTS 더 시티 아리랑 서울(ANG SEOUL)’ 프로젝트를 가동해 공연 전후 서울 전역을 하나의 K컬처 축제 무대로 꾸미고 있다. 공연 관람을 위해 서울을 찾은 해외 팬들이 경복궁·광화문·서울이라는 이미지와 함께 만들어낸 콘텐츠가 전 세계로 퍼지면서, K컬처 관광 도시로서 서울 위상은 새로운 차원으로 진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