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전쟁으로 촉발된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장기화할 경우 국내 제조업 생산비용이 폭등하고, 반도체와 자동차를 포함한 주력 산업이 큰 타격을 받게 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산업연구원이 19일 발표한 ‘미국·이란 충돌과 호르무즈 리스크: 공급망 시나리오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3개월 이상 지속되면 국내 제조업종 생산비용이 최대 11.8% 치솟는 것으로 분석됐다. 가장 타격이 큰 업종은 에너지 투입 비중이 높은 석탄·석유제품과 전력·가스 부문으로 나타났다. 이들 업종은 봉쇄가 길어지면 각각 생산비가 83%, 77.7% 급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화학·금속·운송과 같은 에너지 집약 산업도 적잖은 피해가 예상됐다.
보고서는 또 원자재 공급이 끊겨 주력 산업이 전면적인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은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외에도 나프타, 무수암모니아, 헬륨 등 제조업 핵심 원자재를 중동에 크게 의존한다. 석유화학 산업의 원료인 나프타는 국내 수입량의 약 45%가 중동산이다. 나프타가 없으면 에틸렌과 프로필렌, 합성수지, 플라스틱 같은 제조업 필수 원료를 생산하지 못한다. 화학 원료 공급 중단은 곧 조선, 자동차, 전자를 포함한 국내 핵심 산업 마비로 이어진다. 비료 원료로 쓰이는 무수암모니아는 중동 의존도가 43%에 달한다. 전용 운송·저장 인프라가 필요해 단기 대체 자체가 어렵다. 공급이 줄어들면 비료 가격 상승과 식량 비용 증가로 파급될 수 있다.
초호황에 접어든 반도체 산업 역시 위험부담이 커졌다. 반도체 웨이퍼 공정에 필수적인 헬륨은 LNG 공정에서 회수되는 부산물이다. LNG 공급이 멈추면 헬륨도 끊긴다. 이란이 카타르의 LNG 생산거점인 라스라판 단지를 공격하면서, 해협 봉쇄가 풀리더라도 공급이 바로 시작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산업 현장의 혼란이 커지자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이날 확대간부회의를 개최하고, 최근 중동 정세 등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응한 산업자원안보 대응체계를 점검했다. 산업부는 중동을 대체할 수입선을 알아보고 있다. 특히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수입을 중단했던 러시아산 원유와 나프타 수입까지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석유화학˙플라스틱업계 관계자들과 만나 간담회를 열고 애로 사항을 청취했다. 간담회에서 석화업계 관계자들은 나프타 수급 감소와 원료 가격 폭등으로 인한 어려움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