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보의 인력 절벽…‘36개월’ 복무 기간 단축 가능할까

의∙정 갈등에 따른 전공의 수련과 의대생 교육 공백으로 공중보건의사(공보의) 규모가 급감하면서 지역 등 의료취약지의 의료 공백이 심화하고 있다. 정부는 당장 의료취약지를 중심으로 공보의를 먼저 배치하고 비대면진료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면서 보건복지부는 공보의 수급을 위해서는 ‘복무 단축’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다만 국방부에서는 신중론을 펼치고 있어 공보의 확충과 관련해 부처 간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2024년 3월11일 서울시내 한 병원에서 한 군의관이 파견근무에 나서고 있는 모습. 뉴시스

◆공보의 수급난

 

20일 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의과 공보의 수는 2010년 3363명에서 올해 593명까지 급감했다. 올해 신규 편입 인원도 98명으로, 복무가 끝나는 인원(450명)의 22%에 그친다. 군의관 역시 2029년 입영대상자가 77명에 불과할 것으로 추산된다. 

 

공보의는 그간 민간 의료기관이 없고 의사 채용이 어려운 농어촌 보건소 등에 배치돼 일차 의료를 담당해 왔다. 하지만 현역 사병의 복무 기간이 18개월이지만, 공보의는 36개월이라 점차 현역병을 선택하는 인원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의대도 여학생 비율이 증가하는 등 공보의 전체 규모가 감소하고 있다. 더구나 지난 2024∼2025년 촉발된 의∙정 갈등으로 의대생 군 휴학이 늘어나고 전공의들의 수련 공백이 생기면서 공보의 배출이 급감했다.

 

이에 복지부는 2031년까지 공보의 부족에 따른 지역의료의 어려움이 계속될 것으로 관측하고 대책을 내놨다. 우선 도서∙벽지와 같이 민간 의료기관이 없거나 멀리 떨어진 의료취약지역의 보건지소 139곳에는 공보의를 집중적으로 배치하기로 했다. 공보의가 배치되지 않는 보건지소 393곳은 치과·한의과 공보의 배치 여부 등 여건을 고려해 기능 개편을 추진한다.

 

보건지소에 일부 의약품 처방과 예방접종 등 진료행위가 가능한 간호사인 보건진료전담공무원을 배치(151개)할 예정이다.

 

비대면진료·원격협진도 활성화한다. 보건소에 근무하는 간호사, 보조인력 등이 비대면진료를 안내하거나 필요시 도움을 주게 하고, 향후 의료취약지 비대면진료 모델도 개발할 예정이다.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군의관·공보의 확충 및 제도개선 정책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뉴시스

◆의대생 97.9% “복무 기간 길어 안 간다” 

 

다만 공보의 수급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공보의 복무를 유도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이에 복지부도 결국 ‘복무 단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 국회에서 열린 ‘군의관·공보의 확충 및 제도개선 정책토론회’에서 임은정 복지부 건강정책과장은 “공보의 의사 부족 문제는 향후 몇 년간 사실 우리 지역사회에 계속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며 “현역병과의 형평성 문제 측면에서도, 지역사회 의료를 위해서도 의료인으로서 기술과 전문성을 가진 분들이 군 복무 기간 더 나은 방식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복무 기간 단축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의료계의 요구도 크다. 의대생들은 대다수가 공보의 복무를 선택하지 않는 이유로 ‘복무 기간’을 꼽았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설문조사에서 군의관·공보의를 희망하지 않는 이유를 묻자 의대생 응답자 1553명 중 97.9%가 ‘사병보다 상대적으로 긴 복무기간’ 때문이라고 답했다. 현역병 복무 기간은 2년 미만이지만, 군의관과 공보의 복무 기간은 36개월이다.

 

박재일 공보의협의회장은 “복무 기간을 줄이면 단기적으로 실제 복무 인원이 감소해 군·지역의료에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지만, 이는 복무 기간을 단계적으로 감축하는 방식으로 완화할 수 있다”며 “정기 모집 횟수도 연 1회가 아닌 연 2회로 늘리면 인력 충원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국방부 깃발. 연합뉴스

◆국방부 “고민할 부분 많아”

 

다만 국방부는 복무 기간 단축 문제에 관해 매우 신중한 입장이다. 복무 기간 단축 필요성에 대한 논의를 펼치는 것은 인정하지만, 군 전체 인력 구조와 전투력 유지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방부 우호석 보건정책과장은 최근 토론회에서 “국방부가 속 시원하게 복무 기간을 줄이겠다고 말할 수 없는 여러 사정이 있다”며 “군 전체 입장에서 전투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공보의 복무 기간이 줄어들 경우 동일한 인력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결국 더 많은 인원을 확보해야 하는 문제도 동시에 발생한다는 입장이다. 국방부에 따르면 현재 36개월 복무 기간에서 1년을 줄이게 되면 약 1.5배 수준의 인원을 더 확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