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바람이 쉼 없이 불어오는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DR콩고) 남동부 탕가니카 주 뉸주(Nyunzu). 부족 간 무력 충돌과 전염병, 식량난이 뒤엉킨 이 지역은 오랫동안 ‘인도적 위기’의 최전선으로 불려왔다. 집을 잃고 떠돌다 돌아온 주민들이 가장 먼저 마주한 현실은 무너진 보건시설과 오염된 식수였다.
이 절망의 땅에 한국이 생명선을 놓았다. 코이카(한국국제협력단)는 18일(현지시간) 유니세프(UNICEF), 탕가니카 주정부와 함께 뉸주 통합 보건센터 준공식을 열고 분쟁 지역 주민들을 위한 본격적인 의료 지원의 시작을 알렸다.
이번 사업은 단순한 건물 신축을 넘어 사실상 붕괴된 지역 의료 체계를 복원하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2013년 이후 분쟁이 격화되면서 탕가니카 지역의 보건 인프라는 사실상 기능을 멈췄고, 치료 시기를 놓친 영유아 사망 사례가 잇따랐다.
새로 문을 연 보건센터는 약 8만명의 주민에게 직접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전망이다. 이 가운데 5세 미만 아동은 약 1만6000명으로 전체 수혜자의 20% 수준을 차지한다. 임산부 3000여 명도 안전한 분만과 산전·산후 관리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지역 사회의 인구 재생산 기반 회복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시설은 현지 전력 사정을 고려해 태양광 발전 설비를 갖췄다. 이를 통해 백신과 필수 의약품을 보관하는 냉장 시스템이 24시간 안정적으로 가동된다. 깨끗한 식수 공급을 위한 우물과 위생 시설도 함께 조성돼 감염병 확산 위험을 낮추는 효과가 예상된다.
건물 외형보다 더 주목할 부분은 주민 삶을 바꾸는 프로그램이다. 중증 급성 영양실조 치료와 필수 예방접종, 임산부 건강관리, 출생등록 확대 캠페인이 동시에 추진된다. 분쟁 과정에서 발생한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상담·치료 기능을 통합한 ‘원스톱 지원 체계’도 마련됐다. 상담실 벽에는 지역 아동들이 그린 그림들이 붙어 있었고, 의료진은 “이 공간이 두려움이 아닌 회복의 기억으로 남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준공식에 참석한 최연재 코이카 DR콩고 사무소장은 “보건센터는 단순한 의료시설이 아니라 지역 사회 통합과 평화 회복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DR콩고는 전 세계 코발트 생산의 약 70%를 차지하는 핵심 자원국으로, 지역 안정은 글로벌 산업 공급망과도 직결되는 변수로 평가된다.
한국의 공적개발원조(ODA)가 분쟁 지역 보건 환경 개선에 기여하면서 국제 사회에서의 책임 있는 공여국 위상도 함께 강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이카는 향후 보건 분야를 넘어 교육·농촌개발 등으로 협력 범위를 확대해 현지 자립 기반을 지원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