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휴가 계획을 아직 못 세웠는데 큰일이에요. 어떻게든 이번 주말에 항공권을 끊으려고요.”
직장인 김모(30)씨는 최근 유류할증료 인상 소식에 마음이 급해졌다. 장거리 노선인 유럽행을 고민 중인 만큼 다음달 발권 시 이달보다 가격이 크게 오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항공사 기준 유럽 왕복 유류할증료는 이달 15∼16만원에서 다음달 50∼55만원으로 뛴다.
2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제주항공·티웨이항공·진에어·이스타항공 등은 4월 국제선 유류할증료를 이달 대비 3배가량 인상했다. 대한항공은 거리에 따라 편도 기준 이달 1만3500원∼9만9000원을 부과했지만, 다음달에는 4만200원∼30만3000원을 적용한다. 아시아나항공은 1만4600원∼7만8600원에서 4만3900원∼25만1900원으로 오른다.
이는 국제 유가 급등에 따른 조치로, 유류할증료 기준이 되는 싱가포르 항공유 평균값(MOPS)이 6단계에서 18단계로 대폭 상승했기 때문이다. 18단계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을 받은 2022년 10월(17단계) 이후 3년6개월 만에 최고치다.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역대 최고치인 22단계(2022년 7∼8월)를 뛰어넘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유류할증료가 발권일 기준으로 적용되는 만큼 김씨처럼 ‘막판 발권’에 나서는 여행객들도 늘고 있다. 그는 “유류할증료가 쉽게 떨어지지 않을 것 같다”며 “이달 안에 예약해야 한다는 마음에 조급해진다”고 말했다.
특히 유류할증료 비중이 높은 장거리 노선은 부담이 더 커진다. 대한항공에서 최장거리 노선인 인천-뉴욕, 댈러스, 보스턴, 시카고, 애틀랜타, 워싱턴, 토론토 등을 왕복한다면 유류할증료가 60만6000원으로 이달(19만8000원)보다 40만8000원을 더 내야 한다. 아시아나항공의 미주·유럽 노선 유류할증료도 왕복 기준 15만7200원에서 50만3800원으로 34만6600원 오른다.
고유가·고환율에 직격탄을 맞은 항공사들은 수요 위축까지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항공업계는 영업비용이 30%가량을 차지한다. 대한항공 기준으로는 유가가 1달러만 올라도 연간 약 450억원의 손해가 발생하는 구조다. 특히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유류할증료를 올려도 유가 및 환율 상승으로 인한 손해를 만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고충이 크다.
앞서 티웨이항공은 지난 16일부터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갔다. 티웨이항공은 “국제 정세의 불확실성 확대와 환율 및 유가의 급격한 변동 등 대외 경영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며 “비상경영은 리스크에 대비해 회사의 안정적인 운영 기반을 유지하기 위한 선제적 관리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에 다른 LCC들도 줄줄이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며 업계에서는 정부 지원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LCC들은 국토교통부에 고유가 타격 보전 방안과 중동 사태 장기화 시 비축유 활용 등 정책적인 지원책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