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영웅이었던 사실도 몰라”…72세 브루스 윌리스, 가족들이 선택한 ‘마지막 유산’

전두측두엽 치매(FTD)로 투병 중인 할리우드 스타 브루스 윌리스가 72세 생일을 맞았다. 전처와 현처, 다섯 딸이 모두 모여 그의 곁을 지켰으나 정작 본인은 자신이 전설적인 액션 배우였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71세 생일, 기억을 잃어가는 할아버지 브루스 윌리스에게 전해진 손녀의 무구한 사랑. 데미 무어 SNS

 

지난 19일(현지시간) 전처 데미 무어는 자신의 개인 계정을 통해 윌리스의 생일 축하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 속 윌리스는 손녀를 품에 안은 채 평온한 표정을 짓고 있다. 무어는 “우리에게 필요한 건 사랑뿐, 생일 축하해 브루스”라는 짧은 메시지를 덧붙였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2022년 실어증으로 은퇴한 지 1년 만에 전두측두엽 치매 판정을 받은 윌리스는 현재 인지 능력이 급격히 저하된 상태다. 외신과 측근들에 따르면 윌리스는 현재 다섯 명의 딸을 알아보지 못하며, 본인이 전 세계를 풍미했던 ‘다이하드’의 주인공이었다는 사실도 알지 못한다. 현재 그는 아내, 어린 딸들과 떨어져 24시간 전문 돌봄을 받고 있다.

화려한 액션 스타의 흔적을 뒤로하고 투병의 긴 터널을 묵묵히 견뎌내고 있는 그의 깊어진 눈매. 데미 무어 SNS

 

투병 과정에서 돋보이는 것은 가족들의 결속이다. 2000년 이혼한 전처 무어와 2009년 재혼한 아내 엠마 헤밍은 윌리스라는 구심점을 중심으로 공동 간병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무어는 매년 윌리스의 생일마다 딸들과 함께 모여 시간을 보내는 사진을 공유하며 그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을 드러내고 있다.

 

전두측두엽 치매는 뇌 뉴런의 점진적인 퇴화를 일으키는 질환으로 성격 변화, 강박 행동, 언어 장애 등을 동반한다. 윌리스의 경우 초기 증상이었던 실어증을 넘어 인격과 기억의 소실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가족들은 윌리스의 투병을 개인의 비극으로 남기지 않기로 했다. 아내 헤밍은 최근 “뇌 연구를 위해 윌리스의 사후 그의 뇌를 기증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두측두엽 치매를 과학적으로 이해하고 치료법을 찾는 데 기여하기 위한 어려운 결단이다.

 

동시에 헤밍은 치매 연구 및 간병인 지원을 위한 ‘엠마 & 브루스 윌리스 기금’을 설립하고 관련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액션 영웅은 이제 기억 속에서 사라져가고 있지만, 가족들의 사랑과 사회적 기여를 통해 새로운 형태의 유산을 남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