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세가 이어지며 누적 순매도 규모가 38조원 수준에 달했다. 대외 변수로 인한 자금 이탈이 지속되고 있지만 증권가에서는 실적 개선 흐름을 고려할 때 매도 사이클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날까지 외국인 투자자는 코스피 시장에서 38조9667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이달 총 14거래일 중 외국인이 순매수를 기록한 날은 단 3거래일밖에 되지 않는다.
외국인은 이날도 코스피에서 2조6699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지수 상승을 제한했다. 개인과 기관은 각각 2조2340억원, 4030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7.98포인트(0.31%) 오른 5781.20으로 장을 마감했다.
외국인의 거센 매도세는 중동발 유가 불안과 원·달러 환율 상승 등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국제 유가 상승과 글로벌 달러 강세가 맞물리며 원화 약세 압력이 커졌고, 이에 따라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주식 매도세도 동반되는 모습이다.
김두언 하나증권 연구원은 “중동 사태가 2단계 국면에 진입하면서 유가와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며 외국인 주식 순매도 우려를 높이고 있다”며 “원화가 흔들리면 외국인 자금은 가장 먼저 보수적으로 움직이고, 그 결과 한국 주식시장은 펀더멘털의 변화보다도 충격의 전이 속도에서 더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외국인 순매도가 과거 대비 과도한 수준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하나증권이 2010년 이후 데이터를 기준으로 회귀분석한 결과, 원·달러 환율이 10% 상승할 경우 외국인의 코스피 순매수 규모는 약 5조원 수준이 적정한 것으로 추정된다. 2월 이후 환율 상승폭 대비 현재 외국인 자금 유출 규모가 상대적으로 크다는 분석이다.
이경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중동 분쟁 등 극단적 위험 회피 구간에서 유동성이 풍부한 코스피를 헤지 수단으로 활용한 측면이 있다”며 “안전선호 심리가 완화되면 매수 전환 탄력은 매우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키움증권 역시 외국인 순매도가 한국 시장에 대한 부정적 판단에 기반한 것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주가 상승으로 포트폴리오 내 비중이 확대되면서 일부 차익실현을 통해 비중을 조절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업종의 영업이익 컨센서스도 추가 상향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코스피의 업황과 펀더멘털을 매도한 것이 아닌, 가격과 비중을 조정한 성격이 있다”며 “기존 악재가 정점을 통과하고 있는 가운데 순매도 강도가 줄어들고 있어 외국인 순매도 작업은 막바지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