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작전 투입된 A-10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미국 공군의 A-10 공격기는 ‘선더볼트’(Thunderbolt·벼락)란 애칭으로 더 유명하다. 1972년 처음 생산돼 1977년부터 미 공군이 운용해 왔으니 어느새 반세기를 훌쩍 넘겼다. 미국산 군용기 이름에는 대개 F(전투기), B(폭격기), C(수송기), T(훈련기) 같은 알파벳 글자가 붙는다. A로 시작하는 공격기는 흔치 않다. 이는 저공으로 비행하며 적국의 전차(탱크) 등 지상 목표물을 타격하는 것이 핵심 임무다. 이 같은 근접 공중 지원 작전만을 위해 설계된 최초의 기종이 바로 A-10이다.

 

미 공군 A-10 공격기의 비행 모습. 1991년 걸프 전쟁 당시 이라크군 탱크를 1000대 가까이 파괴해 ‘탱크 킬러’라는 별명을 얻었다. 미 공군 제공

A-10이 맹활약을 펼친 것은 1991년 미군 등 다국적군이 이라크를 공격한 ‘걸프 전쟁’이다. 당시 이라크 지상군의 탱크 987대, 야포 926문, 장갑차 501대, 군용 트럭 1106대가 A-10의 공격을 받고 파괴됐다. 특히 탱크의 피해가 커 ‘탱크 킬러’라는 별명이 생겨났다. 낮은 고도로 상공을 빙빙 떠돌며 마치 먹잇감을 포착한 독수리처럼 탱크를 사냥하는 A-10의 모습은 이라크군에 공포를 안겼다. 다수의 이라크군 포로가 미군의 조사 과정에서 “흰 연기를 내뿜고 기관포를 난사하며 저공으로 돌진하는 A-10의 모습에 두려움을 느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주한미군은 오산 공군 기지에 A-10을 배치해 오랫동안 운용해왔다. 6·25 전쟁 때처럼 북한이 탱크로 무장한 기갑부대를 앞세워 남침하는 경우 A-10이 이를 저지하기에 안성맞춤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속도가 느리고 저공으로 비행하는 A-10이 21세기 들어 완전히 바뀐 작전 환경에서 과연 예전 같은 위력을 발휘할 것인지 강한 의문이 제기됐다. 결국 주한미군은 2024년 11월 A-10의 퇴역 계획을 발표했다. 그에 따라 오산 기지에 있던 A-10 24대는 순차적으로 철수에 돌입했다.

 

공군 오산 기지 활주로에 있는 A-10 공격기. 주한미군은 2024년 11월 낡은 기종인 A-10의 순차적인 퇴역 계획을 발표했다. 미 국방부 제공

‘한물간 군용기’로 치부되던 A-10이 모처럼 치열한 전투 현장으로 소환됐다. 이란과 전쟁 중인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을 뚫기 위한 군사 작전에 A-10을 투입한 것이다. 지난 19일 미국 합동참모본부는 A-10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동원된 이란군 고속정 파괴 임무를 수행 중이라고 밝혔다. 탱크 같은 지상 표적물 공격에 특화한 공격기인 만큼 바다 위에 떠 있는 작은 함정들 무리(일명 ‘모기 함대’) 타격에도 충분히 강점이 있다는 것이다. 퇴역 수순을 밟는 낡은 기종이 미군의 구세주로 떠오른 셈이다. 이러다가 ‘탱크 킬러’ 외에 ‘고속정 킬러’라는 새 별명까지 얻을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