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민우(29)씨는 요즘 밤잠을 설치는 날이 많다. 업무 중 딴 짓을 하기도 일쑤다. 이달 초 주식에 투자한 금액이 15% 넘게 손실을 기록하고 있어서다. 틈틈이 주식 사이트를 열어 시황을 확인하고 밤에는 미국 증시 등락에 마음을 졸인다. 남들 다 돈 버는데 나만 소외되는 듯한 ‘포모(FOMO)’ 때문에 처음으로 주식에 투자했는데 ‘악재’를 만난 탓이다. 김 씨는 “주변에서 주식으로 수익을 냈다는 사람들이 많아 대출을 받아 주식 투자를 시작하자마자 중동 전쟁이 발발했다”며 “투자 수익률이 떨어져 큰 손실을 보고 있는데 전쟁이 더 길어질까봐 걱정”이라고 했다.
중동 지역 불안으로 코스피가 급락한 이달 초 신용융자를 활용한 개인투자자의 손실 규모가 크게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대 ‘빚투’ 소액 투자자는 신용융자를 사용하지 않은 일반 투자자보다 손실률이 3배 이상 큰 것으로 집계됐다.
22일 금융권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내 대형 증권사 2곳의 개인투자자 종합 계좌 약 460만개를 분석한 결과, 이달 들어 9일까지 신용융자를 이용한 개인투자자의 계좌별 평균 수익률은 –19.0%로 집계됐다. 이는 신용융자를 사용하지 않은 투자자(-8.2%)의 2.3배 수준이다.
연령대별로 보면 60대 ‘빚투’ 투자자의 수익률이 -19.8%에 달하는 등 높은 연령대에서 손실이 컸다. 20대와 30대는 수익률이 각각 -17.8%와 -18.2%로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었다.
그러나 신용융자 미사용 투자자와의 격차는 20·30대에서 두드러졌다.
30대는 신용융자 미사용 계좌 수익률(-6.6%)이 전 연령대 중 가장 양호했지만, 신용융자 사용시엔 손실률이 2.8배로 확대됐다. 20대도 미사용 계좌(-6.7%) 대비 ‘빚투’ 투자자 손실률이 2.7배에 달했다. 50대는 이 격차가 1.9배에 그쳤다.
소액투자자는 ‘빚투’와 일반 투자자 사이의 손실률 격차가 더 컸다.
투자금 1000만원 미만인 신용융자 사용 계좌 수익률은 -20.7%로, 미사용(-7.5%) 대비 2.8배였다. 특히 20대 소액 투자자는 신용융자 사용 시 손실률이 3.2배로 커져 가장 큰 차이를 보였다. 이는 20대 투자자들이 신용융자를 활용해 일부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이른바 ‘몰빵 투자’를 많이 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동 사태에도 ‘빚투’는 증가 추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7일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33조3316억원을 기록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 5일 33조6945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뒤 지난 9일 31조6905억원으로 줄었으나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중동 사태로 약세를 보였던 코스피가 최근 다시 주가를 회복하자 공격적인 투자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개인은 이달 들어 국내 증시에서 14조8017억원을 순매수 했지만,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5조1624억원, 108억원 순매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빚투 증가가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며 “증시가 상승할 때는 수익 확대 효과가 있지만 시장이 급락할 경우 투자 손실과 대출 상환 부담이 동시에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