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세 벨기에 ‘외교 거물’ 전범 혐의 법정행

EU서 고위직 등 지낸 다비뇽 백작
민주콩고 초대 총리 살해가담 의혹
(FILES) Then Brussels Airlines Chairman of the board of directors Viscount Etienne Davignon addresses media representatives at a press conference after an Extraordinary Works Council of Brussels Airlines in Brussels on October 8, 2012. A 93-year-old former Belgian diplomat was ordered on March 17, 2026, to stand trial for participation in "war crimes" over his role leading up to the 1961 killing of Congolese independence icon Patrice Lumumba. Etienne Davignon, a one-time European commissioner, is the only person still alive among 10 Belgians accused by the Congolese leader's family of complicity in his murder (Photo by AURORE BELOT / BELGA / AFP) / Belgium OUT/2026-03-18 20:51:45/ <저작권자 ⓒ 1980-2026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외교관 집안 출신으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까지 지낸 벨기에의 ‘외교 거물’ 에티엔 다비뇽(93·사진) 백작이 재판정에 서게 됐다. 그는 1961년 벌어진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 독립 영웅인 파트리스 루뭄바 초대 총리 살해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18일(현지시간) 벨기에 법원은 ‘전쟁 범죄’ 가담 혐의를 받는 다비뇽 백작에 대한 재판 개시를 결정했다. 이는 루뭄바 전 총리의 유족들이 2011년 다비뇽 등 벨기에인 10명이 루뭄바 전 총리 살해에 관여했다며 벨기에 검찰에 고발한 것에 따른 것이다.



다비뇽 백작은 고발된 10명 가운데 현재 유일한 생존자로, 루뭄바 전 총리를 사망 장소로 이송하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다비뇽 백작은 그동안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다.

사건은 그가 초급 외교관이었던 196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다비뇽 백작은 당시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렸던 자국 식민지 민주콩고의 독립 문제를 다루는 회의에 참석했다. 민주콩고 주재 외교관이었던 그는 같은 해 9월 벨기에 외교부에 보낸 전신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루뭄바를 제거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적었다.

루뭄바 전 총리는 1960년 민주콩고 독립과 동시에 만 34세의 젊은 나이에 초대 총리에 오른 민족주의 성향의 정치인이었다. 그는 민주콩고 독립 이후 정치·경제적 기득권을 지키기를 원했던 벨기에 당국에는 눈엣가시였다. 루뭄바 전 총리는 취임 2개월 만에 군사 쿠데타로 실각했고 1961년 1월17일 즉결 처형됐다. 직접적으로 그를 처형한 이들은 민주콩고인들이었으나 벨기에가 자국 이익을 위해 루뭄바 전 총리 살해에 관여했다는 의혹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다비뇽은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과 레오니트 브레즈네프 전 소련 공산당 서기장 등과 상대할 정도로 벨기에를 대표하는 외교관이었다. 1981∼1985년에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그는 또 벨기에 최대 투자은행인 소시에테 제네랄 드벨지크의 회장과 브뤼셀항공 이사회 의장 등을 지냈다. 필리프 벨기에 국왕은 2018년 다비뇽에게 백작 작위를 하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