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전쟁 여파로 국내 산업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은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중동산 원유와 가스 공급에 큰 차질을 빚으면서 4월 업황 전망이 크게 악화하고, 수출 기업들은 물류비 급등으로 사업 운영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지난 9∼13일 업종별 전문가 132명을 상대로 전문가 서베이 지수(PSI)를 조사한 결과, 4월 제조업 업황 전망 PSI가 88을 기록했다고 22일 밝혔다. PSI는 100을 넘어 200에 가까울수록 전월보다 업황이 좋아진다는 쪽에, 100 아래로 떨어져 0에 근접할수록 업황이 나빠진다는 쪽에 의견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4월 업황 전망 PSI는 3월(117)보다 29포인트 폭락하면서 10개월 만에 기준치 밑으로 내려갔다. 가장 충격이 클 업종은 원료인 원유 수입이 막힌 화학 업종이 꼽혔다. 화학 업황 전망 지수는 이달 121에서 4월 53으로 68포인트나 낮아졌다. 이외에도 자동차와 기계, 철강, 전자, 섬유 등 업종도 전월 대비 PSI가 30포인트 급락했다.
수출기업들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물류비 급등과 바이어 연락 두절, 수출 계약 취소와 같은 악재가 연달아 겹치며 시름이 커지는 모양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가 지난 3∼11일 접수한 151건의 기업 애로 상담 내용을 분석한 결과, 물류비 급등과 관련한 지원 요청이 47건(31%)으로 가장 많았다. 다수 수출기업이 운송비와 운송 지연에 따른 창고(보관)료, 해상보험료 동반 상승으로 인한 삼중고를 겪고 있다. 이란에 플라스틱 제품을 수출하는 A사는 선사로부터 컨테이너당 3000달러(약 450만원)의 전쟁위험할증료(WRC)를 요구받았다. A사는 추가 할증료 부담을 떠안은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현지 항구가 폐쇄돼 반송이나 폐기 비용까지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전쟁 및 통신 사정 악화로 바이어와 연락이 끊겨, 물건 납품과 구매 대금 수령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도 잇따랐다. 이란으로 시약을 수출하려던 E사는 현지 수하인이 전쟁 위협을 피해 해외로 피신하면서 연락이 끊겼다. 물건을 받아줄 사람이 없어 통관이 불가능해지자 급히 반송을 추진 중이지만 현지 물류 시스템 마비로 손을 쓰지 못해 애만 태우는 실정이다. 수출뿐만 아니라 중동에서 현지 법인 설립이나 건설 프로젝트를 추진하던 기업들 역시 인력 이동 차질과 자재 조달 지연으로 사업 중단 위기에 처했다.
코트라 관계자는 “긴급 바우처 지원과 함께 실시간 현지 정보 제공 등 종합적인 대응 체계를 가동해 기업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