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관련 부처들은 ‘내부 인적 쇄신’ 긴장감 [부동산 정책 드라이브]

“이해충돌 방지 취지 공감하지만…”
국토부·재경부 등 검증 절차 강화
다주택 여부 판단 기준 관심 쏠려
고위 공직자 상당수 ‘1주택·실거주’
일각 실효성 의문 속 후폭풍 촉각

이재명 대통령이 다주택이나 비거주 고가주택, 과다 부동산을 보유한 공직자들은 주택·부동산 정책을 담당할 수 없도록 하면서 관련 부처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 불신을 막고 이해충돌 방지를 위한 취지로 이해하면서도 내부 인적 쇄신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선 부동산 대책과 관련된 주요 고위공직자 중 결격 사유가 있는 이들은 많지 않아 후폭풍이 그리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이 22일 다주택이나 비거주 고가주택, 과다 부동산을 보유한 공직자들은 주택·부동산 정책을 담당할 수 없도록 지시하면서 관련 부처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사진은 부동산 정책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의 정부세종청사 전경.   뉴시스

22일 이 대통령이 밝힌 배제 대상은 청와대와 국토교통부, 재정경제부, 금융위원회 등 주택·부동산 정책을 다루는 부처와 기관 소속으로 다주택자 등 이른바 ‘부동산 부자’가 해당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다주택 여부 판단 기준을 어디까지 적용할지에 대해서 관심이 쏠린다. 부부 공동 명의 주택만 포함할지, 부모·자녀 등 가족 명의 재산까지 반영할지에 따라 대상 범위가 크게 달라질 수 있어서다.

전세권이나 임차권은 실거주 목적의 임차 형태인 만큼 주택 소유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재산공개 자료를 보면, 주택·부동산 정책에 관여하는 주요 공직자 상당수는 형식상 1주택자이거나 실거주 중심의 자산 구조를 보인 것으로 나타난다. 다만 해당 자료는 과거 시점을 기준으로 한 것으로, 실제 보유 현황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국토부의 경우 김이탁 제1차관과 홍지선 제2차관은 각각 1주택을 보유한 것으로 신고돼 있으며, 부모 명의 주택이나 전세권 등은 별도로 포함돼 있다. 김규철 주택토지실장과 김영국 주택공급추진본부장 역시 주택 1채에다 상가나 토지 등을 함께 보유한 구조다.

재정경제부와 금융당국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부동산 세제를 총괄하는 구윤철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서울 개포동에 아파트 한 채만 보유하고 있다. 이형일 재경부 1차관 역시 배우자와 공동명의로 경기 과천 소재 아파트 1채를 신고했다. 조만희 재경부 세제실장은 서울 방배동 다세대주택과 세종시 반곡동 아파트를 보유했다고 신고했는데, 방배동 건물의 경우 현재 재건축 사유로 멸실된 상태라 세법상 다주택자로 보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멸실된 건축물에는 재산세가 부과되지 않고,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2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중소기업인과의 대화에서 한 참석자의 발언에 웃고 있다. 오른쪽은 한성숙 중기부 장관.    연합뉴스

금융당국에선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해 10월 소유하고 있던 서울 강남 아파트 두 채 중 한 채를 처분하며 다주택자 비판에서 벗어났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의 경우 ‘갭투자’ 비판을 받았으나, 서울 강남의 아파트 한 채를 보유해 실거주 중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위 고위공직자 중 다주택자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책 관련자들도 다주택자일 경우 검토 과정에서부터 배제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실제 배제 대상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관련 부처 중 한 관계자는 “이해충돌 방지라는 취지에는 공감한다”며 “(청와대 등에서 다주택자 배제) 기준이 명확히 내려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주택 공직자 등을 상대로 한 이재명 대통령의 압박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일 싱가포르 순방 중에도 사회관계망서비스 X(옛 트위터)를 통해 “‘고위 공직자이니 먼저 팔라’고 도덕적 의무를 얘기할 필요가 없다”면서 “세금, 금융, 규제 등 국가제도를 운영함에 있어 부동산 투기가 불가능하도록 만들었다면, 집을 많이 가지거나 살지도 않을 집을 보유하고 초고가주택에 사는 것이 경제적 이익을 낳는 것이 아니라 부작용에 상응하는 부담이 되게 만들었다면, 부동산 투기는 일어날 수 없다”고 적기도 했다.

정부는 또 최근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서류에 다주택자 여부를 묻는 항목을 추가해 검증 절차를 강화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