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 기강 다잡고 ‘내로남불’ 논란 차단·정책 정당성 강화 포석 [부동산 정책 드라이브]

李, ‘다주택 공직자 배제’ 지시

정권 성패 달린 ‘집값 안정’ 승부수
국민 상대로 긍정적 여론 형성 의도

비거주 고가주택 소유자 등도 ‘타깃’
부처별 부동산 보유 현황 파악 중
靑 관련라인엔 이성훈 비서관 해당

與 “국민 눈높이서 정책 설계 의지”
野 “보여주기 행정·임시방편” 비판

이재명 대통령이 22일 주택·부동산 정책 논의 과정에서 다주택 공직자들을 제외토록 지시한 건 정책 추진 중 나올 수 있는 ‘내로남불’ 논란과 이에 따른 정책 수용성 악화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여기에 “주택 보유가 많을수록 유리하도록 만든 공직자들이 문제”라며 그간 추진돼 온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면서 공직 기강을 다잡고, 국민들을 상대로는 이전 정부와의 차별점을 강조하며 긍정적인 여론을 형성하기 위한 의도 역시 담긴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정부의 최대 승부처가 ‘집값 안정’이 될 수밖에 없는 만큼 이 대통령의 부동산 정책 드라이브는 계속될 전망이다.

늘어나는 아파트 매물 22일 서울 시내 부동산에 매물 정보가 붙어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7만9586건으로, 국토교통부가 공시가격안을 발표하기 전인 16일(7만5957건)보다 나흘 만에 3629건(4.7%) 증가한 수치다. 이재명 대통령의 지난 1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언급과 공시가격 발표 이후 매도 매물이 늘어나는 분위기다.뉴시스

◆靑 “더 강한 정책 설계 의지”

 

이 대통령은 이날 엑스(X)에 ‘다주택 공직자 부동산 정책 논의 과정서 배제’ 지시 사실을 알리며 “부동산, 특히 주택 가격 안정은 이 정권의 성패가 달린 일이고 대한민국의 운명을 가르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정권의 성패가 달린 부동산 문제를 두고 다시 한번 ‘고삐’를 죄는 동시에 주택 정책이 다주택 공직자들로부터 만들어질 경우 외부에서 비판이 쏟아질 것을 사전에 막아 정책의 정당성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진보 정권에서 부동산 정책을 다룰 때면 따라붙는 ‘내로남불’ 비판을 미리 차단하겠다는 포석이다.

 

강력한 부동산 정책을 추진했던 문재인정부 시절에는 고위 공직자들의 다주택·고가주택 보유 사실 등이 회자되며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이 늘 따라다녔다.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2018년 당시 강남에 거주하면서 “모든 국민이 강남에 살아야 될 이유는 없다”고 언급해 논란이 된 바 있다. 2019년 노영민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은 청와대 참모들에게 실거주 목적의 1채를 제외한 부동산을 처분하라고 권고했으나 정작 노 전 실장은 서울 반포의 아파트 대신 충북 청주의 아파트를 판 사실이 드러나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후 노 전 실장은 반포 아파트까지 매각했다.

이규연 홍보소통수석이 22일 청와대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한국은행 총재 지명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규연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다주택자인) 담당자들이 정책 설계에 참여하는 게 맞느냐는 생각을 (이 대통령이) 갖고 있었던 것 같다”며 “좀 더 강하게 정책을 설계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이 다주택 외에도 비거주 고가주택 소유자와 부동산 과다보유자를 배제 대상으로 집은 만큼 각 부처에서도 이들을 선별해내기 위한 작업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현재 부동산·주택 정책 담당자의 주택 등 부동산 보유 현황을 파악 중이며 현황 조사 후 관련 업무 배제 조치를 할 것”이라며 “대통령의 지시는 각 부처에 내각을 통해 전달됐다”고 밝혔다. 비거주 고가주택의 구체적인 가격 수준이나 기준 등은 아직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내 부동산·주택 정책 라인으로 분류할 수 있는 인물로는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용범 정책실장, 하준경 경제성장수석, 이성훈 국토교통비서관 등이 꼽힌다. 이들 중 이 비서관은 다주택자(지난해 6월 공직자 재산등록 기준)다. 이 비서관은 배우자와 공동으로 소유한 세종 아파트 외에 배우자가 강남구 대치동 다가구주택과 도곡동 아파트 지분을 각각 소유하고 있다고 등록했다.

 

이 수석은 청와대 내 부동산·주택 정책 라인 인사의 다주택 해소 여부 등에 대한 질문에 “특정인을 지목해 갖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주 부적절한 것 같다”며 “다만 청와대 참모들은 여러 가지 부동산 문제에 대해 자율적으로, 대통령의 시책에 어긋나지 않도록 따르려고 노력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부동산이라는 게 갑자기 며칠 만에 처분될 수 있는 게 아니지 않으냐”며 “그런 측면도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집을 내놓기만 해도 문제가 해소되는 건지에 대해선 “명확하게 저희가 입장을 갖고 있지 않다”며 “나중에 좀 시간을 갖고 정리해드리겠다”고 답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중소기업인과의 대화에서 국민의례 후 착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힘 “보여주기 행정 불과” 비판

 

더불어민주당은 이 대통령이 부동산 정책 논의 과정에서 다주택 공직자를 배제하라고 지시한 데 대해 “국민의 눈높이에서 정책을 설계하겠다는 뜻”이라고 평가했다.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부동산 정책은 다주택자의 시선이 아니라 집 없는 국민과 무주택 실수요자의 삶을 기준으로 세워져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반면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이 대통령의 지시는 겉으로는 공정성을 강조하는 듯 보이지만 실상은 전형적인 보여주기 행정에 불과하다”며 “복잡한 정책 결정 구조를 무시한 채 정치적 메시지에만 집착한 포퓰리즘적 접근”이라고 주장했다.

 

최보윤 수석대변인도 논평에서 “이번 지시는 투기 근절을 향한 의지가 아니라 정책 실패 책임을 실무자에게 전가하고 청와대 내부의 모순을 덮으려는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임시방편일 뿐”이라고 했다. 그는 “보도에 따르면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다주택 참모는 총 12명에 달한다. 문진영 사회수석, 조성주 인사수석 등 일부가 처분 계획을 밝혔을 뿐 이 비서관을 비롯해 봉욱 민정수석 등 국정 핵심 라인은 여전히 다주택을 유지하고 있다”며 “국정의 핵심 실무 라인을 배제한 채 어떻게 정상적인 정책 논의가 가능하다는 것인지 헷갈릴 지경”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