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길고양이

김민석 국무총리 인사청문회에서는 건설업자 지인이 김 총리 어머니가 소유한 빌라에 전세로 들어갔다가 두 달 만에 해지하고 김 총리의 배우자가 입주한 사실이 논란이 됐다. 그러자 김 총리는 “아내가 길고양이를 많이 거둬서 공간이 있어야 했는데 그 집에 방이 많았고, 이런 것이 맞아서 (계약자가) 바뀐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 총리의 부인 외에도 많은 애묘인이 길고양이를 키운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25년 반려동물 양육현황 조사’ 결과 입양 경로로 ‘길고양이 등을 데려다 키운다’는 응답이 9.0%에 달했다.

농식품부가 최근 개정한 ‘길고양이 돌봄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길에서 홀로 남은 새끼 고양이를 발견하더라도 섣불리 구조해서는 안 된다. 어미가 먹이를 구하러 잠시 떠났거나 보금자리를 옮기는 중일 가능성도 있다. 새끼에게서 낯선 냄새가 나면 어미가 돌보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한다. 고양이는 익숙한 영역을 중심으로 생활하는 특성을 보인다. 재개발이나 학대 등으로 생존이 위협받는 제한적인 경우에만 이주시키되, 기존 서식지에서 지나치게 먼 곳으로 옮겨선 안 된다고 한다.



길고양이는 법적으로 유기동물이 아니라서 구조 대상은 아니다. 대신 동물보호법에 따라 서식지에서 살아가도록 보호받는다. 먹이를 주는 행위는 불법이 아니지만, 이 과정에서 갈등과 민원이 끊이지 않는다. 길고양이를 돌보려면 무분별한 개체 수 증가를 막을 수 있도록 중성화(TNR) 수술 여부부터 확인하는 게 에티켓이다. 지방자치단체 등의 도움을 받아 수술을 진행할 수도 있다.

에세이 작가 희서는 최근 펴낸 ‘묘하게 다정한 날들’에서 느슨하고 다정한 고양이를 기르면서 공황장애를 치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나에게 필요했던 것도 바로 고양이와 같은 모습이었다. 적당한 선을 몰라 늘 차고 넘치게 살아왔던 날들. 무리하게 견디고, 더 애써야만 삶이 굴러갈 거라 믿었다”고 털어놨다. 봄을 고양이에 비유한 시인은 이장희다. 그는 고양이의 털과 눈, 입술, 수염에서 봄이 느껴진다고 노래했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길고양이가 건네줄 위로를 기대하며 막내딸과 골목길 산책을 해봐야겠다. 며칠 전 양지에서 털을 고르던 삼색 고양이와 오늘도 마주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