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산단 3사 의견 크게 엇갈려 이해관계 첨예… 세밀한 조율 필요 김정관 “이제는 울산의 시간” 압박
여수 2호 참여 LG화학·GS칼텍스 지배구조·자산 평가 기준 걸림돌
석유화학 구조조정 2호 사례인 ‘여수 1호 프로젝트 최종안’이 제출되면서 정부의 석유화학 산업 재편이 본궤도에 올랐지만, 석유화학업계에선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분석이 나온다. 남은 울산산업단지(산단)의 구조조정 진행이 순탄하지 않아서다. 울산산단은 에쓰오일이 조성 중인 ‘샤힌 프로젝트’의 구조조정 대상 포함 여부를 두고 세 업체 간 의견이 엇갈린다. 급기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까지 나서 “이제는 울산의 시간”이라며 구조조정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여수산단 역시 청신호는 켜졌지만 LG화학과 GS칼텍스가 참여한 ‘여수 2호 프로젝트’ 탓에 깔끔하게 마무리되지 못한 상태다.
22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충남 대산과 전남 여수 석유화학 단지의 사업재편이 본궤도에 올라선 가운데, 울산산단의 산업 재편안 제출만 남은 상태다. 그러나 울산산단은 참여 회사인 에쓰오일·대한유화·SK지오센트릭 의견이 첨예하게 갈려 좀처럼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어느 정도 합의에 다다랐던 대산·여수산단과 달리 울산산단은 3사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들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는 데엔 에쓰오일의 최신 석유화학 생산설비 ‘샤힌 프로젝트’가 자리한다. 에쓰오일이 울산산단 일대에 조성 중인 연간 180만t(톤)의 에틸렌 생산설비를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할지 여부와 관련해 업체 간 의견이 엇갈린다. 샤힌 프로젝트에 9조원이란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는 에쓰오일 측은 감산 요구에 난색을 표한다.
반면 구형 설비를 보유한 대한유화와 SK지오센트릭은 에쓰오일도 감산에 동참해야 한다고 본다. 에쓰오일은 설비를 늘리는데, 다른 회사들은 설비를 줄이라는 게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3사가 옥신각신하면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자 김 장관도 답답함을 내비쳤다. 그는 21일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울산까지 구조개편이 이어질 때 우리 석유화학 산업 전체가 다시 설 수 있다”며 “여수를 넘어 이젠 울산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기업들의 결단을 촉구했다.
여수산단은 앞서 지난 20일 여천NCC·롯데케미칼·한화솔루션·DL케미칼 4개사가 사업재편계획서(여수 1호 프로젝트) 최종안을 제출하며 숨통이 트였다. 여천NCC는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이 지분 50%씩을 보유한 합작회사다. 여수산단 내 나프타분해설비(NCC)를 중심으로 공장을 운영 중인 롯데케미칼은 여수 공장 일부를 물적분할하고, 이를 여천NCC와 합병한다. 최종적으로는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DL케미칼이 여천NCC 지분을 3분의 1씩 보유하게 된다. 여천NCC 1∼3공장 중 이미 가동이 중단된 3공장 외에 2공장도 폐쇄하는 방안이 최종안에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두 공장이 문을 닫으면 여천NCC 생산량은 228만t에서 90만t 수준으로 줄어들게 된다. DL케미칼의 폴리에틸렌(PE), 한화솔루션의 여수 PE·석유수지, 롯데케미칼의 기초소재 여수사업 부문 등 각 사의 경쟁력 있는 주력 사업도 신설법인에 통합한다. 그렇게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전환해 중국의 저가 공세에 대응하고 중장기 시장 경쟁력을 확보할 방침이다.
다만 LG화학과 GS칼텍스의 설비를 합치는 2호 프로젝트가 난항이다. LG화학이 여수 NCC 일부를 GS칼텍스에 매각하고 합작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제안한 이후 뚜렷한 진전이 없다. 두 회사의 합의를 막는 걸림돌은 지배구조다. GS칼텍스는 지주사 ㈜GS의 손자회사다. 추후 만들어질 합작법인은 ㈜GS의 증손자회사가 된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손자회사는 증손자회사의 지분 100%를 보유해야 한다. 일부 지분만 보유하면 지배구조를 인정받지 못한다. 즉 LG화학과 지분을 나눠 갖는 합작법인 설립 자체가 불가능한 셈이다. GS칼텍스 지분 50%를 보유한 미국 기업 셰브런의 동의도 받아야 해 빠른 결단을 내리기 어렵다. 이외에도 LG화학 NCC의 자산 가치 평가를 둘러싸고 양사 간 이견이 존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설비를 줄이고 회사를 합치면 됐던 대산과 여수 1호에 비해 여수 2호와 울산은 이해관계가 더 복잡하게 얽혀 있다”며 “정부의 강한 의지만큼이나 세밀한 중재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