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0월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신설을 위한 법안이 국회를 모두 통과했다. 검찰청을 대신해 기소와 중대범죄 수사를 각각 따로 맡는 새 형사사법 기구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어 윤석열정부 시절 검찰이 기소한 이재명 대통령 관련 사건에 대한 ‘조작기소 의혹 국정조사’ 계획서도 22일 통과시켰다.
민주당을 비롯한 범여권은 19일부터 시작된 ‘3박 4일’간의 필리버스터 정국 속 공소청, 중수청 법안을 처리했다. 국민의힘은 “검찰 파괴”, “최악의 개악”이라고 반발하며 필리버스터로 맞섰지만, 민주당은 관련법에 따라 필리버스터 시작 후 24시간이 지난 뒤 진보 성향의 군소정당과 함께 투표로 토론을 종결하고 법안을 차례로 의결했다.
법안에 따르면 공소청은 기소만을 전담하고, 공소청·광역공소청·지방공소청 3단 체계로 운영된다. 기존 특별사법경찰관리에 대한 검사의 지휘·감독권은 폐지됐고, ‘권한남용 금지’ 조항이 신설됐다. 검사 징계 사유로 ‘파면’을 명시해 탄핵 절차 없이 검사 파면이 가능하다. 공소청법은 또 부칙에서 검사와 검찰청 소속 공무원에 대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본인의 의사를 존중해 유사한 직무와 상당한 직급의 중수청 등 국가기관으로 인사 발령이 가능하게 했다.
21일 통과된 중수청법은 행정안전부 소속 기관으로 △부패 △경제 △방위산업 △마약 △내란·외환 등 △사이버범죄 6대 중요범죄를 수사할 수 있게 했다. 중수청 수사관은 특정직 공무원으로 1∼9급까지 단일 직급 체계를 갖는다. 당초 정부안에 있던 수사개시 시 공소청 통보조항은 당·정·청 논의 과정 후 삭제됐다.
민주당은 검찰독재가 사라지는 순간이라고 반겼다. 정청래 대표는 중수청법 의결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70년 숙원사업이 완성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 감사하다. 이재명 대통령 감사하다”고 적었다. 백승아 원내대변인은 “국민 위에 군림했던 검찰독재 시대가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검찰 폐지’라는 유례없는 폭거를 저지른 ‘사법 치욕의 날’로 기록될 것”이라며 “잠시 권력의 힘으로 법을 비틀 수는 있어도, 국민과 역사의 준엄한 심판까지 피할 수는 없다”고 반발했다.
민주당은 이어 ‘윤석열 정권 시절 검찰의 조작기소 의혹에 관한 국정조사’ 계획서도 국민의힘 필리버스터를 종결시킨 뒤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계획서에 따르면 이번 국조의 조사 범위는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 사건 △위례 신도시 개발비리 의혹 사건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금품 수수 의혹 사건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등 7건이며 조사 기간은 5월 8일까지 50일이다. 대법원을 비롯한 주요 법원, 법무부와 대검찰청, 수원고검 등이 국조 대상 기관이다. 국민의힘은 “호랑이를 잡으러 호랑이굴에 들어가겠다”며 국조특위에는 참여하기로 했지만 동시에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기로 했다.
민주당의 국조계획서 처리에 맞서 시각장애인인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은 전날부터 이날 오전까지 17시간 35분간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진행했다. 장동혁 대표가 지난해 12월 기록한 24시간 필리버스터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긴 필리버스터였다. 김 의원은 준비해온 자료를 점자정보단말기를 통해 만져가며 발언을 이어갔고, 중간중간 물을 마시거나 스트레칭을 하기도 했다. 김 의원이 필리버스터를 마치자 국민의힘은 물론, 이례적으로 여당에서도 격려가 이어졌다. 본회의 사회를 맡은 맹성규 국토교통위원장과 법사위 민주당 간사 김용민 의원, 국조특위 위원장인 서영교 의원 등이 “수고했다”며 김 의원을 격려했다.
한편 민주당은 22대 후반기 상임위원장 구성과 관련해 ‘민주당’ 독식 가능성을 높였다. 정 대표는 이날 오후 의원총회에서 “처리해야 할 민생 현안이 산적해 있는데 국민의힘이 위원장을 맡은 국회 상임위원회는 가동되지 않고 있다”며 “후반기 원 구성에 있어선 100% 위원장을 일하는 민주당이 맡아서 책임지고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