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도 쾌적한 21일 봄밤 우리의 자랑스러운 문화 대사 방탄소년단(BTS)이 국방의무를 다한 뒤 역사의 광장 광화문에서 멋진 새 출발을 선보였다. 모든 국민이 이들의 공연에 감동하며 찬사를 보냈을 것으로 확신한다. 방탄소년단은 앞으로 세계 여러 도시를 돌며 공연한다고 한다. 이들의 세계 공연이 음악 애호가들을 매료시켜 큰 성공을 거두고 한국의 문화유산도 국제적으로 더욱 소개되기를 바란다.
이번 방탄소년단의 공연 주제는 민족의 혼이 서려 있는 전통 민요 아리랑이었으며 ‘아리랑’이라는 타이틀로 음반도 제작하였다고 한다. 사실 아리랑은 음계 없이 구전으로만 전해오다가 지금으로부터 130년 전인 1896년 미국인 교육자이자 선교사였던 호머 헐버트(Homer B. Hulbert)가 ‘조선의 성악’(Korean Vocal Music)이라는 논문을 발표하며 아리랑에 음계를 붙이고 노랫말도 채록하여 아리랑이 대중화, 세계화되는 데에 결정적으로 기여하였다. 그가 만약 130년 전에 아리랑에 음계를 붙이지 않았다면 아리랑의 대중화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렸을 것이다.
헐버트는 아리랑에만 음계를 붙인 게 아니다. 그는 ‘조선의 성악’ 논문에서 조선의 전통 음악 전체를 학문적으로 평가하면서 ‘군밤타령’, 시조 ‘청산아’ 등에도 음계를 붙여 우리 음악사를 악보 없는 시대에서 악보 있는, 즉 이 땅에 양악보 시대의 지평을 열었다. 뿐만 아니라 그의 조선 음악 평가가 너무도 우리를 감동케 한다. 그는 음악은 조선인들에게 뗄 수 없는 존재라면서, “종달새도 조선인들처럼 선율을 아름답게 지저귀진 못할 것이다”라고 조선인의 음악성을 높이 평가했다.
그가 이렇게 조선 음악 전체를 다루며 조선인의 음악성을 평가한 데는 그 나름의 고충이 있었다. 당시 서양인들이 조선의 노래는 벌레 우는 소리 같다고 비하했기 때문이다. 그는 조선의 귀로 듣기 전까지는 제발 조선의 노래를 평가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하면서, “조선의 노래가 박자가 맞지 않는다고 하지만, 이는 셰익스피어의 시가 운율이 맞지 않는다고 혹평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노래도 반드시 박자를 맞출 필요가 없다”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조선의 노래에는 서양의 박자 개념이 분명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조선의 노래를 세 층으로 나누며 시조는 상류층에서 부르고 아리랑은 서민층에서 부르는 노래로 분류했다. 그는 아리랑을 조선 노래의 최고봉으로 평가하면서 아리랑은 조선인들에게 쌀과 같은 존재라면서, “아리랑은 영원한 한민족의 노래가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는 또 아리랑 후렴구 노랫말은 서정시요, 교훈시요, 서사시라면서, “조선인들은 즉흥곡의 명수이다. 부르는 이마다 노래가 다르다. 조선인들이 아리랑을 노래하면 바이런(George G. Byron)이나 워즈워스(William Wordsworth) 같은 시인이 된다”라고 조선인의 음악성을 극찬했다. 보라 오늘날 아리랑의 위상이 우리에게 어떠한가?
헐버트의 아리랑 채보 원조설은 북한에서도 인정한 바 있다. 2018년 중국 선양에서 개최된 남북한 및 중국 동포 학자들이 참여한 코리아학 국제학술회의에서 북한사회과학원 소속 민속실장은 그의 발표문에서 “조선 봉건왕조 말엽 우리나라에 왔던 헐버트라는 미국인이 채보한 것을 실은 ‘The Korean Repository’ 악보가 우리나라 최초의 아리랑 채보이다”라고 주장했다.
북한이 영화 ‘돌아오지 않은 밀사’에서 헐버트의 헤이그 특사 역할을 비중 있게 다룬 이래 헐버트의 한민족에 대한 공헌을 인정한 두 번째 발표였다. 올해는 대한민국으로부터 ‘건국훈장’과 ‘금관문화훈장’을 수훈한 독립유공자 헐버트가 이 땅에 근대 교육을 태동시키기 위해 내한한 지 140주년이 되는 해이다. 또한, 아리랑 채보 130주년이기도 하다. 따라서 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는 헐버트를 기억하는 여러 행사를 펼치고 있다. 음악인들이 헐버트가 아리랑을 최초로 채보, 채록하고 이 땅에 양악보 시대를 열었다는 사실을 올바로 알았으면 좋겠다.
김동진 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