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씨네큐브 광화문의 조명이 서서히 꺼지자 객석에는 영화 상영 직전의 정적과 같은 고요함이 감돌았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컴백 과정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BTS : THE RETURN(더 리턴)’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베일을 벗는 순간이었다.
다큐멘터리는 군 복무로 인한 이른바 ‘군백기’를 마치고 신보 ‘아리랑’으로 돌아오는 멤버들의 치열한 기록을 담아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를 주요 배경으로 펼쳐지는 제작 과정은 무척 생생하며, 앨범의 멜로디와 가사를 한 줄씩 채워가는 과정에서 멤버들이 느낀 깊은 고뇌가 고스란히 투영됐다. 이는 약 4년이라는 오랜 공백을 깨고 복귀하는 과정에서 따르는 복합적인 중압감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청년들의 일상을 관조하듯 자연스럽게 담아낸 ‘홈비디오’ 풍의 영상은 후반부에 이르러 멤버들의 가장 솔직한 고백들을 쏟아낸다. 특히 정국은 영상 말미에 자신을 오롯이 가수로서 봐주길 바란다는 세계적인 스타로서 토로하기 어려운 속내를 가감 없이 전했다. 화려한 기록 이면에 숨겨진 인간적인 면모와 공백기 이후 느끼는 심리적 부담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리더 RM은 팀의 정체성을 재확인하며 복귀 의지를 다졌다. 그는 “일곱 명이기에 계속해서 헤엄쳐 나갈 수 있다”며 방탄소년단은 결코 혼자가 아님을 강조했다. ‘함께 헤엄친다’는 그의 표현은 이번 새 앨범의 타이틀곡인 ‘SWIM(스윔)’과도 그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보인다. 긴 시간 끝에 다시 모인 멤버들이 서로를 의지하며 불확실한 미래를 함께 개척해 나가겠다는 방향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통상 아티스트의 다큐멘터리가 커리어의 가장 화려한 정점을 기록하는 것과 달리 제작진은 BTS의 ‘중간 지점’을 담아냈다는 점에 차별화된 의미를 뒀다. 제작진은 시사회 직후 열린 질의응답에서 “정점에 올랐던 아티스트가 잠시 멈춘 뒤, 이토록 거대한 기대 속에 활동을 재개하는 순간을 기록하는 것은 매우 희귀한 기회”라며 특별한 순간을 함께한 것에 대해 큰 행운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이번 작품의 가장 독보적인 특징은 멤버들 사이의 ‘친밀함’을 포착하기 위해 도입된 독특한 촬영 방식이다. 제작진은 LA에서 멤버들이 보내는 모든 시간을 물리적으로 함께할 수 없다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멤버들에게 직접 옛날 스타일의 캠코더를 들려 보냈다. 외부 카메라가 닿기 어려운 그들만의 내밀한 순간들을 홈비디오 형식을 통해 오롯이 담아내고자 했다는 설명이다.
영상에는 멤버들의 지극히 사적인 모습들이 여과 없이 등장한다. 이에 대해 제작진은 방탄소년단의 새로운 챕터 ‘2.0’을 시작하며, 무엇보다 진정성 있고 솔직한 면모를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고 전했다. 멤버들도 완성된 결과물에 대해 이전과는 다른 생경함을 느끼면서도 큰 만족감을 표했으며, 특히 연출을 맡은 바오 응우옌 감독에게 깊은 감사를 전했다는 후문이다.
창작의 고통이 최고조에 달한 녹음실과 회의 현장의 공기도 스크린을 통해 생생히 전달된다. 제작진은 아티스트가 느끼는 압박감을 존중하기 위해 핸드헬드 카메라 대신 삼각대를 주로 활용했다. 창작의 혼돈에 직접 개입하기보다, 한 걸음 뒤로 물러나 마치 엿듣는 듯한 구도로 촬영함으로써 멤버들의 몰입을 방해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촬영 기간 멤버들이 짊어진 ‘무거운 왕관’의 무게를 곁에서 지켜본 제작진은 멤버들의 미래에 대해서도 따뜻한 인사를 남겼다. 제작진은 “10년 후 멤버들이 이 다큐멘터리를 다시 본다면, ‘그때 그런 관계와 사람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존재한다’고 회상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신인 시절의 영상을 보며 천진하게 즐거워하던 멤버들의 모습처럼 10년 뒤에도 스스로를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길 바란다는 기대를 덧붙였다.
‘BTS : 더 리턴’은 화려한 성취의 결과물보다 그 이면에 감춰진 고군분투를 조명하며, 방탄소년단이 왜 여전히 ‘함께 헤엄쳐야 하는지’를 증명한다. 그들의 긴 여정에 소중한 찰나의 기록으로 남을 이번 다큐멘터리는 오는 27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