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세대 단지에 전세는 ‘단 3개’... 서울 강북·노원 ‘전세 증발’의 실체

서울 강북·노원구 전세 매물 한 달 새 40% 급감
23일 서울 노원구 한 부동산에 전세 매물은 없고, 매매 매물만 게시돼 있다. 뉴시스

 

서울 아파트 전세 시장이 ‘실종’ 수준의 공급 절벽에 직면했다. 매매와 달리 100% 실거주 목적인 전세 시장에서 매물이 사라지는 것은 서민 주거 안정망이 통째로 흔들리고 있다는 방증이다. 특히 강북과 노원 등 대표적인 주거 밀집 지역의 전세 물량이 한 달 새 40% 가까이 급감하며 ‘전세 대란’의 전조 현상을 보이고 있다.

 

◆ “전세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대단지 매물 ‘0.07%’ 불과

 

9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전세 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다. 강북구의 전세 매물은 한 달 전 92건에서 현재 55건으로 40.3%나 줄어들며 서울에서 가장 높은 감소율을 기록했다. 노원구 역시 380건에서 245건으로 35.6% 급감하며 뒤를 이었다.

 

현장의 상황은 더욱 처참하다. 3830세대에 달하는 강북구 ‘SK북한산시티’와 3930세대의 노원구 ‘미륭·미성·삼호 3차’의 전세 매물은 각각 단 3개뿐이다. 전체 세대수 대비 전세 공급률이 0.07% 수준에 그치는 셈이다. 사실상 전세로 들어갈 수 있는 문이 완전히 닫힌 상태다.

 

23일 서울 노원구 월계동의 한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 100% 실수요 전세 시장, 왜 물량만 줄어드나?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전세 증발’의 원인으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와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의 충돌을 꼽는다. 5월 9일 종료되는 양도세 유예 혜택을 받기 위해 다주택자들이 집을 내놓고 있지만, 이것이 전세 시장에는 오히려 ‘공급 차단’으로 작용하고 있다.

 

집을 팔기 위해 세입자를 내보내고 집을 비워두거나, 실거주 의무가 있는 토허제 지역 특성상 매수자가 직접 입주하면서 기존 전세 매물이 시장에서 영구히 사라지는 구조다. 매매 매물은 강동구(28.6%↑), 성동구(26.0%↑) 등 서울 전역에서 늘고 있지만, 정작 세입자들이 살 집은 사라지는 기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다.

 

◆ 선택권 없는 세입자들... ‘강제 월세’ 유랑기 시작되나

 

전세는 매매와 다르다. 매매는 가격이 비싸면 구매를 미루는 ‘투자적 선택’이 가능하지만, 전세는 당장 살 곳을 마련해야 하는 ‘생존의 문제’다. 100% 실수요 시장인 전세에서 매물이 사라지면 세입자들은 선택의 여지 없이 더 높은 보증금을 감당하거나, 주거 질이 낮은 월세로 떠밀려 갈 수밖에 없다.

 

특히 노원과 강북처럼 서민층과 신혼부부 수요가 많은 지역에서의 전세 품귀는 주거 사다리를 걷어차는 격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전세는 가수요가 없는 정직한 시장이기에 공급 부족의 여파가 가격 폭등이나 월세 전환으로 즉각 나타난다”며 “지금의 물량 감소는 단순한 수치를 넘어선 주거 위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 “정책적 숨통 틔워야”... 하반기 전세 대란 우려

 

문제는 5월 9일 이후다. 급매물이 거둬들여지면 매매 공급마저 잠길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전세 시장은 신규 입주 물량 부족과 실거주 의무라는 족쇄에 갇혀 공급이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시장은 정부의 정책적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전세 공급의 주체인 임대인을 압박하면서 매수자에게는 실거주를 강제하는 현 체제가 지속되는 한 전세난은 가속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다른 전문가는 “전세 수요는 줄어들지 않는데 공급로만 막힌 상황”이라며 “가을 이사 철이 오기 전 토허제 완화나 임대 공급 유인책 등 특단의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서울발 전세 대란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