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11월 국내 일간지 사회면에 ‘변호사가 승소한 경우 받는 성공 보수가 너무 높다’는 취지의 기사가 실렸다. 시민단체 소비자운동본부가 접수한 피해 사례와 그간의 각종 언론 보도를 토대로 한 것이었다. 당시 돈으로 시가 20억원에 해당하는 군 부대 소유 토지를 국가로부터 되돌려받기 위한 소송을 수임한 A 변호사는 승소 판결 후 땅값의 절반에 해당하는 10억원을 성공 보수로 챙겼다고 한다. 부동산 투기 혐의로 구속된 어느 병원장 모녀는 보석으로 풀려난 데 이어 1심 집행유예 판결로 실형을 면하자 B 변호사에게 성공 보수 명목으로 2억원을 지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물가 상승분을 감안하면 요즘 돈으로 대체 얼마나 될지 가늠조차 힘들 정도다.
변호사를 무슨 ‘수전노’(守錢奴)처럼 여겨 적대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확산하자 변호사 단체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대한변호사협회가 1995년 4월 내놓은 일명 ‘신뢰 받는 변호사상(像) 확립 방안’이 대표적이다. 당시 변협은 형사 사건의 경우 성공 보수금 약정을 아예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객관적으로 납득할 만한 이유가 없는 고액의 사전 성공 보수 약정”만을 금지 대상으로 삼는 한계를 드러냈다. 백만장자 또는 억만장자 입장에서 몹시 신경이 쓰이던 ‘사법 리스크’를 시원하게 해결한 변호사에게 “이 정도는 줘도 아깝지 않다”며 거액을 건네는 행위까지 막을 수는 없지 않겠느냐는 뜻이 담겨 있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인 2015년 대법원은 전원합의체를 열어 “형사 사건에 한해 성공 보수 약정은 무효”라는 판결을 내렸다. 수십년 동안 변호사와 의뢰인 간에 논란이 빚어진 사안이었던 만큼 법조계에선 “역사적인 판례”라는 호평이 쏟아졌다. 당시 주심인 권순일 대법관을 비롯해 심리에 관여한 대법관들은 “형사 사건에서 성공 보수 약정은 기본적 인권의 옹호와 사회 정의 실현을 사명으로 하는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을 저해하고, 의뢰인과 일반 국민의 사법 제도에 대한 신뢰를 현저히 떨어뜨릴 위험이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러면서 성공 보수의 존재 자체를 “선량한 풍속 등 사회 질서에 위반한 행위”라고 못박았다.
지난 1월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부에서 ‘모든 성공 보수 지급 계약이 무효인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의 2심 판결이 내려진 사실이 뒤늦게 전해졌다. 모 법무법인이 의뢰인 C씨를 상대로 “성공 보수 3300만원을 지급하라”며 낸 소송에서 재판부가 원고 손을 들어준 것이다. C씨는 명예훼손 등 혐의로 기소돼 1심 유죄 선고를 받은 뒤 해당 법무법인에 사건을 의뢰했고, 이후 대법원까지 가는 재판 끝에 마침내 무죄 확정 판결이 내려졌다. 중앙지법은 “형사 사건 재판은 변호인의 전문적이고 성실한 변론 활동이 중요하다”며 “성공 보수 약정을 일률적으로 금지하면 변호인의 충실한 변론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 판결이 상고심에서 확정된다면 성공 보수 자체를 금지한 2015년 대법원 판례는 허물어질 것이다. 자본주의 국가인 한국에서 유능한 변호사 선임에 막대한 돈을 쓰는 의뢰인을 나무라긴 어려울 것이다. 다만 담당 판사가 ‘나도 언젠가 변호사가 될 것’이란 생각에 사로잡혀 내린 판단은 아니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