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검찰청 폐지’ 입법이 9부 능선을 넘은 데 이어 여당 주도로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 계획서가 국회를 통과하자 검찰 내부에선 “실정법 위반”이라는 등 반발이 터져나오고 있다. 국정조사 대상 사건을 수사한 검사는 검찰 지휘부를 향해 “조직 차원에서 대응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을 수사한 박상용 인천지검 부부장검사는 더불어민주당이 국정조사 계획서 처리 방침을 밝힌 19일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구자현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로 쪽지를 보내 “이번 국정조사는 ‘피고인 이재명에 대한 공소취소의 근거’를 만들기 위해 이뤄지는 것으로, 그 불법성이 명백하다”며 “향후 국회에서 출석요구서가 왔을 때 출석해야 하는지, 이번 일에 대응할 (검찰 내) 특별조직을 언제, 어느 정도 규모로 만들 것인지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박 부부장검사는 “두 질문 내지 요청에 답을 못하겠다면 그 이유라도 밝혀달라”고 덧붙였다.
박 부부장검사는 “만약 불법 국정조사에 검사들이 출석해 조사에 응하는 일이 실제로 이뤄진다면 앞으로 검사들은 어느 누구도 소위 정치적 사건에 대해서는 독립적으로 자신의 직업적 양심에 부합된 판단을 하기가 어렵게 된다”며 “설사 올바른 판단을 하더라도 정치적 고려에 의한 정치적 판단이라는 오해를 불식시킬 수 없게 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러한 이유로 검찰은 검사들이 이번 국정조사에 출석해 조사에 응하는 것을 개개인의 결단에 맡길 수 없고, 맡겨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적었다.
이후 정 장관과 구 대행 측으로부터 아무런 답변이 없자 그는 이튿날인 20일 해당 쪽지 전문을 이프로스에도 게시해 공개적으로 요청을 했다고 한다. 이 글에는 박철완 부산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단장 등이 댓글을 달아 공감을 표하기도 했다.
공봉숙 서울고검 검사도 이날 이프로스를 통해 “명백한 위법인 국정조사를 통해 재판 중인 사건의 수사 검사들을 데려다 조리돌림을 하면서 인격을 훼손하고 사건의 본질을 뒤틀 것이 뻔한데, 그냥 두고보실 생각인지”라며 검찰 지휘부에 답변을 촉구했다.
검찰 내부에선 이번 국정조사가 재판·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에 개입하지 못하게 한 국정조사법 8조를 정면으로 어긴 것이란 지적이 잇따른다. 한 일선 검사는 “다들 불만을 갖고 있지만 지금 조직이 힘이 없고, 말해 봤자 달라질 게 없을 거란 마음에 표출을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국정조사 대상이 되는 사건들을 수사한 검사들이 증인으로 줄줄이 불려나가 고초를 당할 텐데, 그 부분이 가장 우려된다”고 털어놨다.
전날 국회 본회의에서는 민주당 주도로 조작기소 의혹 국정조사 계획서가 의결됐다. 계획서에 따르면 조사 범위는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과 위례신도시 개발비리 사건,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금품수수 의혹 사건,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등 7개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기소 과정이다. 국회는 20일과 21일엔 각각 검찰청의 후신이 될 공소청 설치법과 검찰의 수사 기능을 넘겨받을 중수청 설치법을 각각 처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