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기업 리스트를 상시 공표하기로 하면서 대표적인 저PBR 종목인 한진·이마트·영풍 등 주요 코스피 상장사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들은 장기간 주가 저평가로 PBR이 낮아 주주들의 원성이 높았다. 금융당국은 이르면 10월 저PBR 종목에 ‘빨간 딱지’를 붙여 밸류업 의지를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코스피 상장사 절반 이상 저PBR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한 951개(종목 수 기준) 상장사 중 PBR이 1배 미만(이하 20일 종가 기준) 상장사는 521곳이다. 우선주 종목을 제외하면 코스피 상장사 절반 넘는 곳이 PBR 1배를 넘기지 못하고 있다.
코스피 상장사 중 대표적인 저PBR 종목에는 △한진(0.20배) △롯데쇼핑(0.21배) △이마트(0.26배) △현대제철(0.26배) △태광산업(0.28배) △영풍(0.31배) △한화생명(0.33배) 등이 있다. 그 밖에 △POSCO홀딩스(0.47배) △CJ대한통운(0.57배) △HMM(0.67배) 등도 PBR 1배 미만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 종목은 업종 평균보다도 PBR이 낮았다. 한화생명의 20일 기준 PBR은 0.33배로, 보험업종 평균 PBR인 0.99배에 한참 못 미쳤다. 해당 기업에 투자한 주주들 입장에선 주식가치가 올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8일 열린 ‘자본시장 안정과 정상화 간담회’에서 “주가순자산비율이 0.3~0.4밖에 안 돼서 당장 청산해도 두 배 (이익이) 남는 게 비정상이지 않나”라며 자본시장 정상화를 위해 기업가치 제고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밸류업 참여하면 빨간딱지 면제
PBR이 낮은 종목들의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금융당국은 저PBR 기업에 ‘빨간딱지’를 붙일 예정이다. 저PBR 기업 리스트를 한국거래소 기업공시채널(KIND)과 밸류업 홈페이지에 상시로 공표하고 종목명에 ‘저PBR’이라는 태그를 표출시킨다. 일명 ‘네이밍 앤드 셰이밍(Naming and Shaming)’으로 이름을 밝혀 망신을 줘 기업 스스로 밸류업을 제고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는 의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PBR은 주가가 어느 정도냐를 나타내는 지표 중 하나인데 여러 가지 지표 중에서도 금융당국이 PBR을 고른 것은 기업이 적자를 내더라도 산출이 가능한 가장 일반적인 지표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저PBR 태그 부착은 동일업종 내에서 2반기 연속으로 PBR이 하위 20%에 머물러 있는 상장사가 대상이다. 거래소는 1년에 두 번 저PBR 리스트를 공표할 예정이다. 투자자는 4월에 지난해 저PBR 상장사 목록을 확인하고 10월에는 올해 상반기 저PBR 상장사를 확인할 수 있다.
아울러 투자자는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네이버페이 증권 등에서도 저PBR 종목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증권사와 네이버페이 등에 저PBR 태그표시를 하도록 권고할 예정이다. 저PBR 태그 공표는 올해 상반기 저PBR 상장사를 대상으로 이르면 오는 10월부터 가능할 전망이다.
다만 금융당국은 기업가치제고 계획, 즉 밸류업 공시를 한 상장사에는 저PBR 공표와 태그표출을 일정 기간 면제할 방침이다. 이때 공시에는 저PBR의 원인 등을 진단하고 개선방향을 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