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과자업체 지니푸드시스템을 운영하는 임영주 대표는 요즘 속이 새카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연매출 40억원의 중소기업 대표인 그는 직원들과 공들여 준비해온 중동 시장 진출을 목전에 뒀다가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에 발목이 잡혔다.
임 대표는 “지난해 11월 두바이에서 열린 유기농 전시회에 참가해 중동 최대 유통기업인 루루그룹의 바이어와 접촉한 뒤 수출 협의를 해왔다”며 “과자 제품 포장 디자인을 논의하고 물류 계약서를 주고받는 등 실질적인 계약 단계에 진입했는데 최근 중동 정세가 불안정해져 사업 진행이 지연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루루그룹은 중동 지역에 약 270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대형 유통사다. 이번 계약이 성사되면 지니푸드시스템은 걸프협력회의(GCC) 국가 내 127개 매장에 과자를 납품할 계획이었다. 따라서 주문 물량을 맞출 수 있도록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에 설비 투자 지원을 요청하고 생산라인 자동화와 스마트공장 전환도 추진 중이었다. 하지만 중동 전역이 전쟁 영향권에 든 데다 종전 시기도 불투명한 상황이라 정상적인 사업 추진이 어렵게 됐다. 임 대표는 “계약이 되더라도 두바이뿐 아니라 이란·사우디 등 (중동 전체) 피해가 심해서 곧바로 수출로 이어지기는 힘들어질 것 같다”며 “이렇게 되면 확충한 생산 설비도 단기간 내 가동하지 못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전쟁 당사국인 이란·이스라엘을 넘어 아랍에미리트(UAE) 등 주변국으로 수출하는 기업들의 피해도 늘고 있다.
수출 국가별 기업 피해 현황(복수응답)을 보면, 이란과 이스라엘이 각각 70건(30.2%)과 51건(22.0%)이었다. UAE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기타 중동 국가에서 발생한 피해도 162건(69.8%)이나 됐고, 중동 외 지역이 26건(11.2%) 접수됐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환율 변동과 대금 결제 지연이 겹친 기업들은 자금 부담이 급격히 커져 위험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동발 파고에 그대로 노출된 중소기업들에 대한 촘촘한 지원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중기부는 일단 105억원 규모의 ‘긴급 물류 바우처’ 지원에 나선다. 기업당 최대 1050만원을 지원하며, 전쟁 위험 할증료와 반송 비용, 대체 목적지 우회 운송비 등 지원 항목을 확대했다. 산업통상부와 코트라도 80억원 규모의 ‘중동 상황 대응 긴급지원 바우처’ 예산을 편성해 심사를 통과한 피해 기업에 최대 1억5000만원까지 지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