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비 쇼크에 수출 중단… 중동사태 타격 더 큰 중소기업

대응력 취약… 리스크 현실화

K푸드 힘입어 과자류 등 납품 계약
정세 불안정에 사업 지연 잇따라
운송 차질·결제 지연 등 피해 속출

피해·애로 일주일 새 106건 증가
이란·이스라엘 넘어 주변국 확산
정부 ‘긴급지원 바우처’ 편성·접수

인천에서 과자업체 지니푸드시스템을 운영하는 임영주 대표는 요즘 속이 새카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연매출 40억원의 중소기업 대표인 그는 직원들과 공들여 준비해온 중동 시장 진출을 목전에 뒀다가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에 발목이 잡혔다.

임 대표는 “지난해 11월 두바이에서 열린 유기농 전시회에 참가해 중동 최대 유통기업인 루루그룹의 바이어와 접촉한 뒤 수출 협의를 해왔다”며 “과자 제품 포장 디자인을 논의하고 물류 계약서를 주고받는 등 실질적인 계약 단계에 진입했는데 최근 중동 정세가 불안정해져 사업 진행이 지연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경기도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연합뉴스

루루그룹은 중동 지역에 약 270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대형 유통사다. 이번 계약이 성사되면 지니푸드시스템은 걸프협력회의(GCC) 국가 내 127개 매장에 과자를 납품할 계획이었다. 따라서 주문 물량을 맞출 수 있도록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에 설비 투자 지원을 요청하고 생산라인 자동화와 스마트공장 전환도 추진 중이었다. 하지만 중동 전역이 전쟁 영향권에 든 데다 종전 시기도 불투명한 상황이라 정상적인 사업 추진이 어렵게 됐다. 임 대표는 “계약이 되더라도 두바이뿐 아니라 이란·사우디 등 (중동 전체) 피해가 심해서 곧바로 수출로 이어지기는 힘들어질 것 같다”며 “이렇게 되면 확충한 생산 설비도 단기간 내 가동하지 못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중동 전쟁과 호르무즈해협 봉쇄 장기화로 에너지 수급 불안 가중과 물류비·원자재 값 급등, 운송 차질 등이 잇따르며 국내 산업계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하는 가운데 위험 대비 역량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중소기업들이 위기에 놓였다. 대기업은 복수의 생산·물류 거점을 확보하고 운임 상승분을 흡수할 여력이 있는 반면, 중소기업은 특정 지역 의존도가 높고 대체 운송망 확보나 비용 전가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호르무즈해협 봉쇄 이후 해운사로부터 추가 물류비용을 통보받은 A사 대표는 수출 물품이 늦게 도착하게 돼 지연배상금까지 물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B사는 이란 지역 현지 금융망 마비와 통신 단절로 채권 잔액 회수가 무기한 지연돼 울상이다. 더욱이 중동 수출 비중이 높은데도 중동 출고 건이 전면 중단되면서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중동 상황 관련 중소기업 피해·애로 접수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8일까지 정부에 접수된 중소기업 피해·애로 사례는 전주 대비 106건이 증가한 232건으로 집계됐다. 피해 유형별로 보면 운송 차질이 116건(67.8%)으로 가장 많았고, 물류비 상승 63건(36.8%), 대금 미지급 54건(31.6%) 순이었다.

전쟁 당사국인 이란·이스라엘을 넘어 아랍에미리트(UAE) 등 주변국으로 수출하는 기업들의 피해도 늘고 있다.

수출 국가별 기업 피해 현황(복수응답)을 보면, 이란과 이스라엘이 각각 70건(30.2%)과 51건(22.0%)이었다. UAE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기타 중동 국가에서 발생한 피해도 162건(69.8%)이나 됐고, 중동 외 지역이 26건(11.2%) 접수됐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환율 변동과 대금 결제 지연이 겹친 기업들은 자금 부담이 급격히 커져 위험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동발 파고에 그대로 노출된 중소기업들에 대한 촘촘한 지원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중기부는 일단 105억원 규모의 ‘긴급 물류 바우처’ 지원에 나선다. 기업당 최대 1050만원을 지원하며, 전쟁 위험 할증료와 반송 비용, 대체 목적지 우회 운송비 등 지원 항목을 확대했다. 산업통상부와 코트라도 80억원 규모의 ‘중동 상황 대응 긴급지원 바우처’ 예산을 편성해 심사를 통과한 피해 기업에 최대 1억5000만원까지 지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