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계·기업부채를 합한 우리나라 총부채 규모가 처음으로 6500조원을 돌파하며 국내총생산(GDP)의 2.5배 수준으로 확대됐다. 특히 정부부채 증가율이 유독 높았다.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지난 1년간 5.0%포인트 상승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23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3분기 말 원화 기준 비금융부문 신용은 6500조5843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인 2024년 3분기 말(6220조5770억원)보다 280조원(4.5%)가량 증가한 수치다. 비금융부문 신용은 자금순환 통계를 바탕으로 정부·가계·기업 등 주요 경제 주체의 부채를 합산한 지표다. 통상 국가총부채로 불리는 이 수치는 한 나라의 성장과 자산가격 상승이 빌려온 돈에 얼마나 기대고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기준이다.
부문별로 보면 정부부채 1250조7746억원, 가계부채 2342조6728억원, 기업부채 2907조1369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에서 정부부채는 9.8%를 기록해 가계부채(3.0%)와 기업부채(3.6%)의 3배에 달했다.
총부채 규모는 최근 몇 년간 급증하는 추세다. 2021년 1분기 5000조원을 넘어선 뒤 같은 해 4분기 5500조원을 웃돌았다. 2023년 4분기에는 6000조원을 돌파했다. 2024년 들어서도 6000조원대를 유지하며 계속해서 증가한 총부채는 지난해 3분기 말 6500조원 선을 뚫었다.
GDP 대비 총부채 비율은 지난해 3분기 말 248%로 집계됐다. 국가 부채가 국내 경제 규모의 2.5배에 달한다는 의미다. 직전 분기인 지난해 2분기 말(248.3%)보다는 0.3%포인트 낮아진 수치이지만 1년 전(246.5%)과 비교하면 1.5%포인트 상승했다.
정부부채 비중이 확대되는 것은 다른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 부채 모니터(Global Debt Monitor) 따르면 한국의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지난해 4분기 말 48.6%였다. 1년 만에 5.0%포인트가 올라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IIF 통계에서 정부부채 비율은 2024년 낮아지는 흐름을 보이다가 2025년 들어 다시 상승했다. 지난해 1분기(43.6%)에서 2분기(48.2%), 3분기(48.4%), 4분기(48.6%)까지 반등세가 이어졌다. 과거 경기침체와 감세정책으로 정부의 재정 여력이 약화된 상황에서 정부의 최근 확장 재정 기조가 맞물리면서 빚의 증가 속도가 가팔라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재정점검보고서(Fiscal Monitor)에 따르면 공공기관 빚까지 더한 한국의 일반정부 부채 비율은 2026년 56.7%에서 2030년 64.3%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5년간 상승폭이 7.6%포인트에 이르는 것은 11개 비기축통화 선진국 중 가장 가파른 속도다.
주요국과 비교해 한국의 정부부채 비율은 낮은 편이지만 최근 1년 사이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점에서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의 정부부채 비율이 처음으로 50%에 근접한 지난해 4분기 말 미국은 122.8%, 일본은 199.3%, 영국은 81.1% 등으로 나타났다.
확장 재정과 지출 확대는 물가와 관련해 점검해야 할 변수로 꼽힌다. 한국은행은 지난 12일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주요국의 확장적 재정 기조는 성장세를 뒷받침하는 동시에 물가 상승 압력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다음 달에는 25조원 규모 ‘전쟁 추경’도 예정돼 있다. 늘어난 세수로 충당한다지만, 이 역시 물가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가계부채의 경우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GDP 대비 89.4%로 조사됐는데, 이는 세계 최상위권 수준이다. 지난해 3분기 말 90.2%, 2024년 4분기 말 89.6%보다는 낮지만 여전히 IIF 통계에 포함된 62개국 가운데 캐나다(100.4%)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