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동 맛집 돌고 올영·다이소 털이… ‘K 일상’ 따라하다 [심층기획-BTS, K팝 새 이정표]

<3회> K콘텐츠가 바꾼 관광 지도

다양해진 외국인 관광객

2025년 방한객 1893만명 역대 최고치
미주·유럽 등 비아시아국 증가 주목
소비패턴도 면세점서 K문화로 전환
정부, 지출 큰 ‘중동 큰손’ 유치 계획

한국 MZ처럼 먹고 사고 체험하고

성수·한남동 뷰티·패션쇼핑 필수코스
성수 2025년 외국인 방문 500만명 훌쩍
레트로 공존 을지로는 ‘인생 샷’ 성지
케데헌·BTS 효과… 궁·종묘에도 발길

우리나라 관광시장의 패러다임이 대전환을 맞고 있다. 중국·일본 관광객 중심에서 미주·유럽·중동 등으로 급속하게 다변화되고 있으며, 특히 면세점 쇼핑에 치중하던 과거와 달리 외국인들은 성수·한남·을지로 등에서 한국인의 일상을 체험하는 데 열광한다. 또 K팝·K드라마로 시작된 호감이 K뷰티·K패션으로 확장되면서 인바운드 관광이 고부가가치 시장으로 진화하는 모습이다.

 

서울 창덕궁에서 한복체험을 즐기는 외국인 관광객. 서울관광재단 제공

◆다변화되는 외국인 관광객

최근 넷플릭스에 공개된 인도 영화 ‘다시, 서울에서(Made in Korea)’는 K콘텐츠에 반한 여주인공 셴바(프리양카 아룰 모한 역)가 오랫동안 사귄 남자친구에게 사기를 당한 뒤 우여곡절 끝에 자신이 그토록 바라던 서울에 도착해 정착해 나가는 과정을 그렸다. 영화에서는 셴바가 한국의 현대적인 모습에 감탄하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비롯해 청계천, 서울타워 등 다양한 장소가 등장한다. 이런 영화가 제작된 것은 그만큼 인도에서 한국 여행 붐이 일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셴바는 “K팝을 접한 뒤 한국 여행을 떠나는 인도 사람들이 아주 많다”고 설명하는데, 실제 일본·중국 일변도이던 관광객의 국적 다변화는 통계에서 증명된다.

 

야놀자 리서치가 최근 내놓은 ‘2025년 한국 인바운드 관광 실적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방한 관광객 수는 1893만7000명으로 팬데믹 이전 최고 기록이던 2019년(1750만3000명)보다 8.2% 증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올해는 2000만명 돌파가 예상된다. 이는 단순한 회복을 넘어 인바운드 시장이 구조적 성장 단계에 진입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주목할 만한 대목은 2019년 대비 비아시아 관광객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는 점이다. 2025년 외국인 관광객은 미주 196만1000명(+45.8%), 유럽 131만6000명(+15.3% ), 오세아니아 31만5000명(+44.5%), 중동 29만5000명(+18.6%), 아프리카 7만7000명(+27.3%) 등으로 매우 다양해 한국 여행시장이 진정한 글로벌 시장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관광객이 다변화되면서 면세점에 집중되던 소비패턴도 큰 변화가 일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외국인 면세점 이용객 수는 2023년 약 602만명에서 2025년 1092만명으로 늘었지만 같은 기간 1인당 매출액은 약 1405달러에서 600달러로 급감했다. 또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외래 관광객 1인당 지출액은 2024년 약 1168달러에서 2025년 1155달러로 비슷했다. 이에 따라 외국인들이 면세점 지출을 줄인 대신 K콘테츠 등으로 소비 대상을 바꾼 것으로 분석된다.

방탄소년단(BTS) 컴백 공연이 열린 지난 21일 외국인 관광객들이 서울 을지로입구역에서 세계일보가 발행한 BTS 특별판을 들어보 이며 활짝 웃고 있다. 뉴스1

특히 중동 관광객 증가가 눈에 띈다. 전체 관광객 수에서 차지는 비중은 아직 작지만 ‘큰손’들이 많다는 점에서 정부는 중동 관광객 유치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황건혁 한국관광공사 아시아중동팀장은 “걸프협력회의(GCC) 6개국은 방한객 1인당 평균 지출액이 4454달러로 전체 평균보다 두 배 이상 높은 고부가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GCC 6개국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카타르, 바레인, 오만이다.

성수동 제화거리. 서울관광재단 제공

◆성수·한남·을지로…한국인 일상 자체가 콘텐츠

요즘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여행 트렌드는 ‘데일리케이션(Daily+Vacation)’으로 말 그대로 한국인처럼 일상을 살아보는 체험을 말한다. 가장 선호하는 곳은 낡은 산업지대에서 도시재생을 거쳐 핫플레이스로 거듭난 성수동이다. 특히 외국인 유동인구의 60%가 MZ세대일 정도로 젊은층이 성수동에 열광한다. 이에 올리브영·다이소·무신사 쇼핑은 필수코스로 자리 잡았다. 실제 올리브영N 성수 방문객 비중은 내국인과 외국인이 거의 절반이고 매출액은 외국인이 약 70%에 달한다.

다양한 팝업스토어도 큰 몫을 한다. 팝업스토어 전문 기업 스위트스팟 분석에 따르면 성수동에서는 매달 50여개에서 많게는 100개 이상의 팝업스토어가 열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동구에 따르면 2024년 성수동 방문객 2900만명 중 외국인 관광객이 300만명을 돌파했고 지난해에는 5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외국인들이 소비하는 품목의 95% 이상은 의류, 화장품 등 K컬처 중심이다.

서울 을지로 골목길. 서울관광재단 제공

을지로는 서구권 및 남미 관광객들에게 요즘 ‘레트로 시네마틱 서울’로 통한다. 낡은 인쇄소, 공구상가 골목 사이에 개성 있는 카페, 바, 레스토랑이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매력 덕분에 사진 찍기 좋은 ‘힙지로(Hipjiro)’로 인기가 확산 중이다.

감각적인 인테리어를 갖춘 프리미엄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의 쇼룸이 밀집한 한남동은 K뷰티의 ‘성지’로 떠올랐다. 한남동에는 인기 K패션 브랜드 매장도 몰려 있는데, 패션 쇼핑을 하러 온 외국인들이 자연스럽게 인근 뷰티 매장까지 방문하면서 ‘K스타일’ 전체를 소비하는 코스가 됐다. 붐비는 관광지를 벗어나 갤러리, 편집숍, 유명 카페들이 어우러진 한남동 특유의 여유롭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온전히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요소다. 히잡 문화가 있는 중동 여성들이 특히 한남동을 선호한다. 외부 시선이 차단된 독립공간에서 럭셔리한 스파와 프라이빗한 메이크업 클래스를 편하게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북촌 한옥마을 외국인 관광객. 서울관광재단 제공

◆아리랑·경복궁…전통문화도 뜰까

전문가들은 ‘케이팝 데몬 헌터스’와 같은 글로벌 메가 히트 콘텐츠들이 한국 문화의 ‘문턱’을 대폭 낮추고 있다고 본다. 실제 지난해 4대 궁과 종묘를 찾는 외국인이 급증했는데, 이는 K콘텐츠가 전통 문화유산을 ‘지루한 역사’에서 ‘매력적인 체험’으로 치환했음을 보여준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에 따르면 2025년 경복궁·창덕궁·창경궁·덕수궁과 종묘, 조선왕릉을 찾은 방문객은 1781만4848명으로 2024년(1578만129명)보다 12.9% 증가했다. 이 중 외국인 관람객은 426만9278명으로, 2024년(317만7150명)보다 34.4%나 급증했다.

이런 상황에서 아리랑과 경복궁을 부각시킨 BTS 광화문 공연은 전통문화에 대한 외국인의 관심을 더욱 증폭시키는 매개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궁능유적본부 관계자는 “종묘제례악 야간 프로그램 진행 등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설, 외국인 관광객 수가 크게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