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장 공천을 둘러싼 국민의힘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당 공천관리위원회가 ‘혁신 공천’을 내세워 유력 후보들을 공천 배제(컷오프)한 여파로 당사자들의 반발이 이어지는 가운데 당 지지율마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대로 가면 파국을 맞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하며 사태 수습을 위한 지도부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에서 컷오프된 주호영 의원과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23일 공관위와 당 지도부를 향해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주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장동혁 대표가 대구시민들 앞에서 공정한 경선을 약속해놓고, 저녁에 비상식적 결정을 방치한 사태를 가볍게 볼 수 없다”며 “이정현 공관위원장 개인의 일탈인지, 장 대표의 묵인 아래 벌어진 일인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전 위원장도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이 자르고 싶었던 이진숙을 국민의힘이 잘랐다”며 “저에 대한 컷오프는 민주주의를 배신한 행위”라고 반발했다.
공천 잡음이 커지는 상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5선 중진 윤상현 의원은 “텃밭에서 내부 전쟁을 벌이며 강적을 맞이하는 것은 전략이 아니라 자해에 가깝다”고 지적했고, 대구시장 출신 재선의 권영진 의원은 “한나절도 지켜지지 않은 공정경선·시민공천 약속. 대구시민을 이렇게 우롱해도 되는 건가”라고 비판했다.
대구를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도 공천을 둘러싼 반발은 이어지고 있다. 경북 포항시장 경선에서 6명이 무더기로 컷오프된 이후 박승호 전 포항시장, 김병욱 전 의원이 반발해 재심 신청을 했다. 김 전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삭발식을 진행한 뒤 단식 농성까지 돌입했다. 현직 광역단체장 가운데 처음으로 컷오프된 김영환 충북도지사는 이날 열린 가처분 심문에 출석해 공관위 결정의 부당성을 주장했다.
당 안팎에서는 국민의힘의 대구발 공천 갈등이 수습되지 않을 경우 지방선거 패배는 물론, 보수 세력의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까지 나온다. 대구·경북(TK) 지역은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이 2018년 지방선거에서 2대 15(광역단체장 기준)로 참패할 당시에도 방어에 성공한 ‘마지막 보루’다. 하지만 최근 여론조사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9∼20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5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국민의힘은 TK에서 전주보다 9.7%포인트 하락한 53.4%의 지지를 얻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8.1%포인트 상승한 33.6%를 기록하며 불과 한 주 만에 양당 간 지지율 격차가 15%포인트 넘게 좁혀졌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편 국민의힘 공관위는 서울시장 경선에 나설 후보를 오세훈 서울시장, 박수민 의원, 윤희숙 전 혁신위원장 3명으로 압축하고, 두 차례 토론회를 거쳐 다음달 18일 최종 후보를 선출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