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0㎞ 가도 어린이집 1곳… 농촌보육 ‘실종’

도서·산간지역 시설이용 열악
반경 5㎞만 늘려도 67% 줄어
보육시설 선택권 사실상 제한
“공공재원 전폭 지원 나서야”
“3개의 면에서 아이들이 와요. 그쪽에는 어린이집이 없거든요. 극과 극에 사는 아이들을 차에 태워 어린이집에 데려다 놓고, 다시 반대 방향으로 30분 가서 데려오곤 해요.”

 

경북의 한 농촌에서 국공립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60대 여성 A씨는 먼 곳에 사는 탓에 잠이 부족한 아이들이 걱정이다. A씨만의 일은 아니다. 영유아가 차를 타고 10㎞를 이동하더라도 선택할 수 있는 보육시설이 하나뿐인 지역이 산간·도서·농촌 지역에 집중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23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지역 인구감소 위험에 따른 필수보육시설 지원방안 모색: 보육서비스 접근성 제고를 위한 정책적 대응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산간·도서·농촌으로 갈수록 생활권에서 이용할 수 있는 보육시설이 줄어드는 현상이 뚜렷했다.

 

보고서는 2016~2024년 영유아의 거주 공간과 인구밀도가 동반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거주 공간 면적은 2588㎢에서 1992㎢로 23% 축소했고, 지역당 평균 영유아 수 역시 12.12명에서 9.21명으로 24% 줄었다. 외곽의 저밀도 거주지는 아예 소멸했고 남은 거주 지역 내부의 인구 규모도 함께 줄었다. 영유아가 거주 가능한 공간 자체가 감소한 것이다. 특히 산간·도서·농촌에 해당하는 읍·면 지역은 거주 면적과 밀집도가 모두 줄어 영유아가 단 한 명도 살지 않는 무거주 공간이 확대됐다.

 

어린이 필수 보육시설로의 접근성 역시 해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산간·도서·농촌에 해당하는 읍·면·동 지역의 경우 차를 타고 멀리 나감에도 보육시설 선택지가 부족했다. 읍·면·동별로 도보 10분(750m) 기준에서 1개의 보육시설이 해당 지역 내 영유아를 맡을 수 있는 ‘단독 서비스권’인 곳은 총 2612개다. 1.5㎞(차량 약 10분) 반경 내에 1개 시설만 이용 가능한 영유아가 거주하는 읍·면·동은 총 1537개다. 750m 기준(2612개) 대비 1075개(약 41%) 감소한 수치다.

 

서비스 거리를 5㎞로 확장한 경우 1개 시설만 이용 가능한 읍·면·동 수는 1008개로 감소했고, 10㎞로 확장하면 330개로 줄어든다. 서비스 거리가 5㎞인 경우에 비해 67.2%나 축소된 것이다. 두 경우 모두 산간·도서·농촌처럼 공급 자체가 희소한 지역을 중심으로만 잔존했다.

 

서비스 거리를 10㎞로 확장했을 때 남는 330개 지역은 모두 서비스를 이용하는 영유아가 1~50명인 곳이었다. 대규모 영유아 수요를 단일 시설이 전담하는 구조라기보다는 소규모 수요가 제한된 공급에 의존하는 성격을 띠었다.

 

최혜진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농어촌에 남는 아이들을 보면 조손가족, 다문화가정 등 이동이 어려운 학생들이 많고, 이런 곳의 보육시설은 운영이 힘들고 폐원도 종종 발생해 영유아들이 더 먼 곳으로 보육시설 원정을 가야 한다”며 “해당 지역 시설들을 전폭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