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 물밑 대화 중이며, 협상의 성과를 바탕으로 이란 에너지 시설에 대한 군사 공격을 5일간 유예하겠다고 밝히면서 양국 간 대화의 결과가 외교적 해결이냐, 전쟁 확대냐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23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이 협상 타결을 간절히 원하며, 5일 이내 또는 그보다 빨리 타결될 수 있다”고 밝혔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이란의 발전소와 에너지시설에 대한 군사적 공격을 5일간 유예하도록 국방부에 지시했다”고 밝힌 데 이어 유예 기간에 협상이 완전 타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맏사위인 제러드 쿠슈너와 중동특사 스티브 윗코프가 이란 측 협상 대표와 22일 밤 회담을 가졌다고 부연했다.
유가 급등으로 인한 경제 압박과 더불어, ‘48시간 시한’을 언급하며 엄포를 놨음에도 이란의 강경 대응에 현실적인 돌파구가 보이지 않자 대화 중이라는 사실을 공개하며 공격을 일단 미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발표로) 유가는 하락하고 미국 주식 시장 선물은 상승했으며, 사실상 전 세계 경제에 충격을 준 이 분쟁 이후 대통령에게 한숨 돌릴 시간을 안겨줬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이란이 미국과의 대화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알자지라는 “이란은 이 전쟁을 계속할 의향이 없으며, 원하지도 않는다”면서 “이란이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을 거부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분석했다. 다만 매체는 협상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이 재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협상이 실패한다면 미국은 호르무즈해협 개방을 위한 군사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워싱턴포스트(WP) 등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중동에 추가 병력을 잇따라 급파하고 있다. 일본 오키나와에 주둔한 미 제31해병원정대 병력 2500여명이 이르면 이번 주 중동에 도착하고, 캘리포니아에 있던 해병원정대와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육군 82공수사단도 중동으로 출발했다. 군함과 F-35 전투기, 상륙용 장갑차의 지원을 받는 보병대대 상륙팀도 포함됐다.
미국 작전과 관련해 브래드 쿠퍼 미국 중부사령관은 이란 반체제 매체 이란인터내셔널과 인터뷰에서 대이란 군사 작전이 “계획보다 앞서 있거나 계획대로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작전을 현장 지휘하는 쿠퍼 사령관이 개별 매체와 인터뷰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드론과 미사일은 물론 해군력까지 포함해 이란의 미래 위협 자체를 제거하고 있다”며 이란의 미사일·드론 제조 시설이 집중 타격 목표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스라엘은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거세게 몰아붙이고 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남부 리타니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공습했다. 이 다리는 헤즈볼라가 병력과 무기를 북쪽에서 남쪽으로 이동시키는 데 활용됐다고 이스라엘군은 판단하고 있다. 에얄 자미르 이스라엘 참모총장은 “헤즈볼라에 대한 작전은 이제 시작 단계이며 장기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