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정세 악화로 원·달러 환율이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인 1520원선에 다가섰다. 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의 대규모 매도세가 쏟아지며 코스피가 장중 5400선 아래로 추락했다. 고환율과 고유가 악재로 경제 전반의 부담이 커진 가운데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돼 당분간 시장이 극심한 변동성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6.7원 급등한 1517.30원(오후 3시30분 기준)에 장을 마감했다. 주간거래 종가가 1510원을 넘어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10일(1511.5원) 이후 17년 만이다.
이는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 경고로 호르무즈해협 봉쇄 및 국제유가 급등 우려가 커진 결과다. 인플레이션 우려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내 금리 인하 기대감이 꺾이고 긴축 경계감이 되살아나면서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극대화했다.
코스닥지수도 전 거래일보다 64.63포인트(5.56%) 하락해 1100선이 무너진 1096.89로 장을 마감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날 미국 뉴욕 증시 개장을 2시간여 앞두고 “이란의 발전소 및 에너지시설에 대한 모든 군사적 공격을 5일간 유예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히면서 시장은 급반전했다. 환율은 야간거래에서 1480원대까지 급락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시점에서 예측에 의한 선제 대응은 무의미하며, 중동 전쟁 전개 여부에 따라 전면적 전략 수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부는 중동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비상경제대응본부를 출범한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본부장을 맡는다. 김 총리는 이날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K국정설명회’에 참석해 “(내일) 국무회의를 통해 대통령께서 (중동 상황에 대한) 판단과 그에 기초한 메시지를 국민을 향해 내실 것”이라고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