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큰 감정은 그냥 후회입니다.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으면 훨씬 더 좋은 결과가 있지 않았을까. 당시 생각이 너무 짧았고 죄송합니다."
샘 오취리는 23일 서울 용산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방송 하차의 결정적 이유가 된 '관짝소년단' 패러디 비판 논란에 대해 이렇게 몇 번이나 후회 섞인 사과를 되풀이했다.
그는 2020년 흑인 분장한 의정부고 관짝소년단 졸업사진에 대해 인종차별이라고 비판한 뒤 과도한 비판이라는 역풍을 맞아 5년 이상 방송에서 자취를 감췄다.
샘 오취리는 한 때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가나인이었다.
가나 명문 가나국립대에 합격했으나 아버지의 추천으로 한국 국비장학생에 지원해 19살 때인 2009년 한국에 유학 왔다.
2010년대 초반부터 2020년까지 JTBC '비정상회담', MBC '진짜 사나이', MBC에브리원 '대한외국인' 등 각종 TV 예능 프로그램뿐 아니라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하며 흑인 방송인 대표로 맹활약했다. 재치 있는 입담과 뛰어난 한국어 실력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2020년 사실상 방송에서 퇴출당한 뒤 다섯해가 지나도록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그는 "2010년대 초반부터 방송해 왔으며 2020년을 맞았을 때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자는 생각이었다"며 "그런데 방송 활동 피크타임을 놓쳐 안타깝다"고 말했다.
방송 하차 후 심경에 대해 "뭘 하더라도 안 좋은 반응이 올까 봐 너무 두려웠다"면서 "이것을 하면 또 사람들이 안 좋게 보겠다는 생각으로 기회를 많이 놓쳤고 시간도 너무 빨리 지나간 것 같다"고 했다.
오취리는 자신의 방송 중단 이후 "특히 어머니가 걱정을 많이 한다"며 "걱정할까 봐 구체적으로 얘기하지는 않았지만, 부모님이니까 느끼고 제가 이것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으니 훨씬 더 걱정하시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방송에서 자취를 감춰서 가나에 돌아간 게 아니었을까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질문에 "가족을 방문하려고 가나를 찾았을 때 이외에는 한국에 계속 있었다"고 대답했다.
그는 방송 중단 후 "경제적 어려움이 있었다"며 "그래서 출입국 관리사무소 통역과 주한 가나대사관 행사 등에 참가하면서 생활비를 마련했다"고 소개했다.
또 아프리카 시장 진출에 관심 있는 한국 기업들과 함께 가나에 가서 통역도 하고 미팅을 돕는 일도 종종 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달 중순 존 드라마니 마하마 가나 대통령의 방한 때 서울에서 열린 가나 국경일 행사에서 사회를 보기도 했다.
그는 방송 생활에서 굴곡이 있었지만, 자신의 한국행 결정을 "운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단언했다.
그는 "피크(절정)가 있었기에 감사한다"며 "한국 사람들이 저를 좋아해 주고 이렇게까지 올라갈 수 있었던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고 그런 부분에 대해 진짜 매우 감사하다"고 말했다.
방송 복귀 의사를 묻자 "방송을 좋아한다"면서도 현 상황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라고 솔직히 털어놓았다.
오취리는 이제 방송사의 연락을 기다리는 대신 현재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는 생각을 내비쳤다.
그는 "개인 콘텐츠를 꾸준히 만들고 싶다. 유튜브나 틱톡 등 여러 플랫폼이 있는데 제가 활용하지 못하고 있었다"면서 "제가 좋아하는 콘텐츠를 쭉 하다 보면 좋아하는 사람들은 좋아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오취리는 만들고 싶은 콘텐츠로 한국과 가나 요리나 자신이 큰 영감을 받은 한국의 발전 스토리에 관한 팟캐스트 등을 꼽았다.
그는 "가나도 언젠가는 한국처럼 발전할 수 있다는 주제로 가나 사람들과 얘기해 보고 싶다"고 희망했다.
이어 "이제 어느 정도 한국에 좀 익숙하고 가나도 어느 정도 아니까 중간에서 할 수 있는 제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5년여간 방송 출연을 하고 있지 않지만, 그는 대중의 기억 속에 여전히 잊히지 않았다.
인터뷰 뒤 식당에서 나오는 그를 보고 20∼30대 직장인들이 아는 체하자 오취리도 인사를 건넸다.
그는 "모르는 분들이지만 이런 경우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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