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로 근로자 3명 숨진 영덕 풍력발전기, 소방법 적용대상 안돼

"건축물 아닌 구축물"…운영 업체서 자체 판단에 따라 소화설비 설치
사고 발전기 내부 자동소화장치 제때 작용했는지 조사 필요

지난 23일 외주업체 근로자 3명이 사망한 경북 영덕 풍력발전기 화재 사고를 계기로 그간 주목하지 않았던 시설 운영·유지보수 상의 구조적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소방 당국 등에 따르면 풍력발전기는 일반 건축물과 성격이 다른 까닭에 소화설비 설치 등이 필수인 관련법 적용 대상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오전 경북 영덕군 영덕읍 창포리 풍력발전단지 내 한 풍력발전기가 전날 화재로 검게 타버린 가운데 해당 발전기 너머로 멈춰 선 풍력발전기들이 보인다. 연합뉴스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해당 법안은 공동주택과 근린생활시설, 문화·집회시설 등 30개 범주에 속하는 건물 등을 대상으로 한다.



이 법을 적용받는 시설들은 종류 및 규모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소화설비와 경보설비, 피난 구조설비, 소방용수 설비 등을 필수적으로 갖춰야 한다. 이를 어길 시 과태료 등 처분이 내려진다.

하지만 전날 불이 난 풍력발전기는 소방법 적용 대상이 아닌 까닭에 화재에 대비한 소화설비라고는 자체적으로 판단해 마련한 것이 전부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소화설비는 풍력발전기 내부 상황에 따라 자동으로 작동하는 것으로 확인됐으나, 실제 사고 발생 당일 정상적으로 그 기능이 이뤄졌는지는 향후 조사가 필요한 사항이다.

실제 전날 발전기 상부에서 발생한 불은 사고 이틀째인 지금까지도 완전히 진화되지 않고 있다.

당국은 "불이 난 곳이 지상 80m 높이의 고공인 데다 발전기 내부에 남아 있는 기름 등도 진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영덕군 측은 "풍력발전기는 일반 건축물이 아닌 구축물(땅에 설치된 건축물 이외 구조물)이라 소방법 적용 대상이 아닌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높이 80m가량에 이르는 풍력발전기 상단에는 작업자 등이 위급 상황에 대비해 로프를 타고 지상으로 내려올 수 있도록 하는 설비가 설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전날 유지·보수작업을 하던 근로자 3명이 화재 발생 후 미처 대피하지 못하고 숨진 까닭에 어떠한 이유에서 이러한 비상탈출 시설을 제때 사용하지 못한 것인지도 조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사고가 난 풍력발전기는 2005년 준공돼 설계수명 20년을 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설계수명은 설계 단계에서 정상적인 운전이 가능하다고 보장하는 기간이나, 이를 지났다고 설비를 교체해야 한다거나 철거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다만 시설 운영을 위해서는 유지보수 등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하므로 이에 대비해 운영업체 등이 안전 매뉴얼을 마련하고 작업자 교육 등도 제대로 했는지 여부를 조사해야 한다.

또 정부 차원의 풍력발전기 관리 매뉴얼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전문가 지적도 있다.

윤정현 한국토목기술사회 부회장은 "풍력발전기 관리 감독 권한이 지자체에 없고 업체별로 자체 매뉴얼을 만들어 관리하는 실정"이라며 "정부 당국이 공통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박문우 한국화재보험협회 방재시험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유럽과 달리 한국 소방법에는 풍력발전기에 구체적으로 어떤 소화 설비를 구비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 풍력발전기 특성상 내외부 공기 순환이 가능해야 해서 불이 나면 진화가 어렵다"며 "풍력발전기 특성에 맞는 진화 설비나 장비가 배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23일 오후 1시 11분께 영덕군 영덕읍 창포리 풍력발전단지 내 한 풍력발전기에서 불이 나 발전기에 올라가서 수리하던 작업자 3명이 지상 출입구와 추락한 블레이드(날개)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또 블레이드가 추락하면서 불이 주변으로 번져 산불로 이어졌으나 같은 날 오후 6시 15분께 산불은 진화됐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