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유명 코미디언 빌 코스비가 또다시 법정에서 패소, 거액의 배상 책임을 지게 됐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1심 주 법원 배심원단은 23일(현지시간) 코스비가 1972년 레스토랑 직원이던 도나 모트싱어를 성폭행한 책임이 있다고 판단, 1925만달러(약 287억원)를 배상하라고 평결했다.
모트싱어는 법정에서 코스비가 자신을 스탠드업 코미디 공연에 초대해 와인과 알약을 건넸으며, 그 뒤 의식을 잃었다고 증언했다. 그는 평결 직후 “정의를 되찾기까지 54년이 걸렸다”며 “다른 피해자들에게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코스비 측은 기존 입장을 유지하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고, 즉각 항소 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이번 사건은 상급심에서 다시 다뤄질 가능성이 크다.
이번 판결은 형사 재판이 아닌 민사 소송에서 내려진 결정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특히 캘리포니아주가 성폭력 관련 민사 소멸시효 규정을 완화하면서, 장기간 묻혀 있던 사건도 다시 소송이 가능해진 것이 직접적인 배경으로 작용했다. 과거 사건이라도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다시 법적 판단을 받을 수 있게 된 셈이다.
코스비의 배상 책임이 인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2022년에도 또 다른 피해자인 주디 후스 사건에서 성추행 책임이 인정돼 50만달러를 배상한 바 있다. 또한 2018년에는 별도의 형사 사건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았으나, 2021년 펜실베이니아주 대법원이 절차상 문제를 이유로 유죄 판결을 뒤집으면서 석방됐다.
코스비는 1980년대 인기 시트콤 ‘코스비 가족’을 통해 미국 사회에서 ‘국민 아빠’라는 별칭을 얻으며 큰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이후 ‘미투(Me Too)’ 운동을 계기로 수십 명의 성폭행 피해자들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그의 이미지는 급격히 추락했다. 약 50년에 걸쳐 50명 이상의 여성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