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좋은 걸 찾았다.”
엄마가 함빡 웃으며 말했다. 인근 대학 평생교육원에서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스마트폰 교육 강좌가 열려 참석해 봤는데 몹시 좋았다는 것이다. 엄마는 워낙 호기심이 많고 배우는 것을 좋아해 강의나 행사 공지를 잘 찾아내는 편이었다. 그중 노인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교육 관련해서는 좋은 평을 한 적이 없었다. 주민센터에서 키오스크 사용법을 배웠는데 상점마다 전부 다 다른 기계를 사용하는 바람에 결제 버튼을 못 찾았다거나, 스마트폰 사용법을 배우러 갔다 한 시간이 넘도록 제대로 진도를 나가지 못했다거나 하는 식이었다. “강의실에 여남은 명이 앉아 있는데 죄다 호호 할매 할배들이니 강사가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가 있어야지.”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고 로그인하는 과정에서 전부 막혀 강사가 일일이 돌아다니며 회원 가입을 돕다 강의가 끝나버렸다고도 했다.
무료 강좌가 다 그렇지, 뭐. 나는 시큰둥하게 대답했지만 사실 일흔이 훌쩍 넘은 엄마가 다닐 법한 학원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나만 해도 엄마에게 스마트폰 길찾기 기능을 몇 차례 설명하다 드러누워 버린 적이 있으니 말이다.
“여기는 학생들이 하나씩 붙어서 도와줘. 강사가 말한 걸 못 알아들으면 옆에서 몇 번이고 다시 얘기해 주는 거야. 여기를 눌러보세요, 잘하셨어요, 다시 한번 해보세요, 하면서 말이야.”
책상마다 학생들이 바투 앉아 보조선생 역할을 해준다는 소리였다. “학생들이 왜?” “모르지. 근데 애들이 전부 친절해. 아주 상냥하게 알려줘.” “봉사 점수라도 받는 건가?” 내 말에 엄마는 잘은 모르지만 그랬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봉사 점수든 뭐든 학생들이 좋은 걸 받았으면 좋겠다고. 무뚝뚝하고 자주 지청구를 늘어놓는 딸보다, 노인들을 불편해하는 기색이 역력한 상점 알바생보다 그들이 훨씬 더 친근했다면서 말이다.
선한 보조선생 덕분인지 엄마는 그곳에서 배운 것들을 잊지 않고 곧잘 써먹었다. 인터넷뱅킹으로 돈을 척척 송금하고 사진을 흑백유화 버전으로 편집한 뒤 카카오톡 프로필에 올렸다. 공유하고 싶은 인터넷 기사 링크를 단톡방에 남기기도 했다. 이것저것 눌러보면 으레 사용할 수 있지 않나 싶었던 소소한 기능도 엄마에겐 반복적으로 학습해야만 손에 익는 정도였다. 노인들이 배워야 할 게 이토록 많은 세계라니. 물건을 구매하거나 누군가와 소통하거나 하다못해 고객센터에 상담 신청을 하는 데에도 거쳐야 할 과정이 많았다. 내가 노인이 된 미래에는 또 얼마나 많은 걸 새로 배워야 할까. 그 세계에는 노인을 위한 교육법도 잘 발달되어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내가 물었다.
“거기 프로그램은 어떻게 알았어? 학교에 현수막이라도 붙어 있었어?” “요즘 누가 현수막을 붙이니. 아파트 앱 정보 게시판에 누가 올려뒀더라.” 그러니까 애초에 스마트폰을 어느 정도 사용할 줄 아는 사람에게만 가닿을 수 있는 정보란 소리였다. 나는 물끄러미 엄마를 바라보았다. 사용법을 모르면 사용법을 알려주는 강좌에 대해서도 영영 알 수 없는 세계라니, 그건 정말 이상하고 또 이상했지만, 엄마는 그저 웃고만 있었다.
안보윤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