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밤 서울 강남구 매봉역 근처, 각종 레이더와 카메라를 단 택시가 도로를 주행했다. 운전사는 핸들에 손을 올리지 않은 채 전방을 주시했고, 뒷좌석 승객은 앞에 있는 모니터를 살피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지난 16일부터 강남구 일대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자율주행 택시 ‘서울 자율차’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달 서울시 자율주행 운송사업자에 포함되면서 오후 10시~익일 오전 5시 일부 구간에서 자체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한 택시를 운행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강남구 운행설계영역(ODD)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는데, 이날 기자가 택시를 타고 5㎞를 이동하는 동안 불편함을 느끼지 못할 만큼 매끄럽게 달렸다.
차량 뒤쪽 사각지대에서 들어오는 이륜차와 차선을 걸쳐 선 이륜차를 인식해 차간거리를 유지했다. 유턴 실력도 숙련된 운전자가 차량을 모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앞서 가던 버스가 갑자기 멈추자 급제동을 한 것 외에는 과한 제동이나 꿀렁임 없이 운행했다. 위치정보시스템(GPS) 정보가 잘 잡히지 않는 터널 안에서도 무리가 없었다. 김민선 카카오모빌리티 자율주행사업팀장은 “터널은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하기 까다로운 구간이지만 측위가 잘 안 되더라도 다른 센서로 보완해 안정적으로 주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하드웨어와 주행 알고리즘 등 자율주행 핵심 기술을 자체 개발하면서 피지컬 인공지능(AI)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플랫폼 기업에서 기술 기업으로 전환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테슬라와 구글 웨이모 등 글로벌 로보택시 기업에 의존하지 않고 국내 환경에 최적화한 기술을 개발해 자율주행 주도권을 잃지 않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다만 글로벌 대표 기업에 견줘 기술과 데이터 등 격차가 큰 데다 국내 규제 환경도 비교적 엄해 자율주행 생태계를 구축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자율차에는 빛을 활용해 거리를 감지하는 센서 ‘라이다’ 5대와 카메라 7대, 레이더 5대가 장착됐다. 카메라는 신호등과 차선, 보행자 등 시각 정보를 인식하고, 라이다가 물체를 초정밀 감지, 레이더가 전파 기반으로 거리와 속도를 측정하는 방식이다. 센서가 인지한 시각 정보를 ‘AI 플래너’가 분석해 최적의 주행 경로를 판단한 뒤 제어 시스템이 조작·가속·감속한다. 뒷좌석 앞엔 승객용 모니터인 시각화 장치(AVV)를 탑재해 자율주행 모드, 속도, 경로 등을 승객이 살필 수 있게 했다.
서울 자율차는 자율주행 레벨3(조건부 환경에서 운전자 개입) 수준으로 해외 기업의 레벨4(운전자 개입 없이 자체 운행) 자율주행차와는 격차가 있다. 전문가들은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를 위해 운행 가능 및 데이터 확보 지역을 넓혀야 한다고 제언한다. 국내에선 도로 데이터와 정밀도를 갖추는 데 필요한 영상정보가 개인정보보호법에 적용돼 수집이 제한됐다. 정부는 올해 자율주행자동차법을 개정해 허가 받은 기업이 확보한 영상정보를 연구개발(R&D)에 활용할 수 있게 했지만 막대한 주행 데이터를 가진 해외 기업과 경쟁하기엔 많이 부족한 편이다.
테슬라는 지난해 기준 112억㎞ 이상의 누적 주행 데이터를 확보했고, 바이두의 아폴로 고와 구글의 웨이모 주행 데이터도 각각 2억4000만㎞, 1억6000만㎞에 달한다. 이 기업들은 미국을 중심으로 서비스 지역을 넓혀 실도로 데이터를 확대하는 중이다. 반면 국내에서 자율주행차로 유상 운행할 수 있는 곳은 시범운행지구 40여곳에 불과하다.
문학훈 오산대 교수(미래전기자동차과)는 “실주행 데이터 축적량이 상당히 중요한데 정해진 구간 등 한정된 조건에서는 충분한 데이터를 확보하기 어렵다”며 “다음 달부터 적용되는 자율주행 규제 특례 지역(광주) 외에도 국내 전역에서 데이터를 모을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