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핵보유국 지위를 불변의 것으로 강조하고, 남북의 적대적 관계를 강조한 것은 국가 운영 방안의 확립이자 ‘김정은 시대’ 정체성을 강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24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최고인민회의 제15기 제1차 회의에서 한 시정연설에서 핵을 국가 운영의 전제 조건으로 설정했다. 눈에 띄는 점은 핵을 군사 분야뿐 아니라 경제·주민 생활과 연결한 것이다. 향후 북·미 대화가 열린다고 해도 ‘핵 포기’보다 핵보유국 지위를 전제로 관계를 조정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미국의 이란, 베네수엘라 공격을 심각하게 인식하면서 핵무기 고도화 선택이 옳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라고 해석했다.
남한에 대해서는 “가장 적대적인 국가로 공인했다”고 못 박았다. 북한이 2023년 12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부터 적대 국가를 언급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표현 자체는 새로운 게 아니다. 다만 해당 규정의 헌법 반영 여부가 관건이다. 북한 당국이 반영 여부를 공개하지 않은 가운데 김 위원장이 ‘공인’이라는 단어를 쓴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석좌교수는 “만약 이번 회의에서 헌법상 명문화가 이뤄졌다면 별도 언급이 있었을 것”이라면서도 “‘공인’ 표현 자체가 헌법화의 암시일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김정은 시대’를 강조하기 위해 사회주의와 거리를 두는 듯한 변화를 보인 것도 주목된다. 특히 헌법 명칭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사회주의헌법’에서 사회주의를 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헌법’으로 바뀐 것이 눈길을 끈다. 또 기존 ‘사회안전성’을 내각으로 끌어들여 북한식 경찰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구상도 발표했다. 이는 정상국가 형태를 갖추는 동시에 통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 같은 흐름은 북한 정권 지도부 구성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날 공개된 국무위원회 명단을 보면, 군·보안·내각 인사 비중을 키우고 김덕훈 내각 제1부총리, 노광철 국방상 등 실무형 인사를 전진 배치했다. 핵무력 고도화와 무기 생산·운용을 강조하는 흐름과 맞물려, 권력도 실무 중심으로 재편되는 양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