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마약왕’ 박왕열(48·닉네임 ‘전세계’)이 25일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전격 송환됐다. 2016년 필리핀에서 한국인 3명을 살해한 ‘사탕수수밭 살인 사건’의 핵심 인물이자 수감 후에도 텔레그램 등을 이용해 국내에 대규모로 마약을 유통한 박왕열은 정부가 송환 노력을 기울인 지 9년여 만에 본국에서 수사와 재판을 받게 됐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5-2부(재판장 신종오)는 전날인 25일 김건희씨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 등 사건 항소심 첫 공판을 열었다.
◆‘필리핀서 호화 수감 생활하며 국내 마약 유통’ 박왕열 송환
박왕열은 인천공항에서 곧장 경기북부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로 이송됐다. 수사를 맡은 경찰은 박왕열의 마약 유통 조직 실체 규명에 집중하는 한편, 범죄수익 환수에도 만전을 기할 방침이다.
박왕열은 국내에서 다단계 금융사기를 벌이다 필리핀으로 도주, 2016년 10월 바르콜라시의 한 사탕수수밭에서 150억원대 유사수신 혐의로 도피해온 한국인 남녀 3명을 공범과 함께 총기로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했다. 박왕열은 필리핀 현지에서 체포됐으나 두 차례 탈옥했다가 다시 붙잡혔고, 2022년 단기 52년·장기 60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수감된 뒤에도 텔레그램 등으로 국내에 필로폰을 유통하는 한편, 호화 생활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엘리엇, ISDS 취소소송 항소 포기
‘국민연금공단은 국가기관이 아니다’라는 영국 고등법원(High Court)의 판단을 받아낸 한국 정부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와의 국제투자분쟁(ISDS) 2차전에 돌입한다.
법무부는 25일 “지난달 대한민국이 승소한 엘리엇 ISDS 사건 중재판정 취소소송에서 정부와 엘리엇 측 모두 항소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연금공단이 국가기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에 대한 영국 법원의 명확한 결정을 받은 점과 추가로 발생할 법률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양측 모두 항소를 제기하지 않으면서 사건은 중재절차로 환송된다.
앞서 엘리엇은 2018년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을 문제 삼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근거한 ISDS를 제기했다. 2015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두 기업의 합병 비율이 삼성물산에 불리했는데, 국민연금공단이 찬성해 주주였던 엘리엇이 손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징역 1년 8개월’ 김건희 항소심 본격화
금품수수 등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 8개월을 선고받은 김건희씨의 항소심에서 김건희 특별검사팀(특검 민중기)과 김씨 측이 공방을 벌였다.
특검팀은 1심이 김씨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대한 인식은 있었지만 시세조종 세력과 공모하진 않았다며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선고한 데 대해 “공동정범에 해당한다”고 반박했다.
특검팀은 “피고인은 주가조작 세력과 교류하면서 계좌, 자금, 주식을 위탁해 단기 고수익을 추구했고 블랙펄인베스트 측에 자금과 계좌를 넘길 때 이들이 부정한 방법으로 주가를 인위적으로 올릴 계획임을 인식했다”며 “이는 시세조종에 필요한 자금을 제공할 테니 이익을 공유해달라는 의사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동정범이 인정되지 않을 경우 범행을 방조한 방조범으로라도 처벌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특검팀은 “백번 양보하더라도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에게 계좌를 제공해 통정매매를 하게 함으로써 시세조종 행위를 용이하게 해 방조한 혐의는 최소한 인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김씨 측은 “특검은 김씨가 시세조종 세력과 순차적인 의사 연락을 통해 암묵적인 의사 합치가 이뤄져 공범이 인정된다고 주장하지만, 권 전 회장을 제외한 공범 중 김씨와 직접 연락한 증거나 정황은 전혀 없다”고 맞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