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지옥' 운운하며 "오판 말라" 압박…이란 "제안 검토하지만 대화 뜻 없어" 파키스탄 등 물밑 중재…"이르면 이번 주말 이슬라마바드서 협상 열릴 수도" 무력 충돌 계속…이스라엘 "이란 잠수함 시설 타격", 이란은 "美 항모 공격"
이란 전쟁이 오는 28일로 한 달을 맞는 가운데, 종전 협상 개시 여부를 두고 미국과 이란이 치열한 기싸움이 벌이고 있다.
또 출구 모색 움직임 속에서도 상대를 향한 난타전은 이어지고 있다.
2025년 12월 만난 네타냐후와 트럼프.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은 협상이 진행 중이라면서도 더 강한 타격을 경고하며 이란에 패배를 수용하라고 압박했고, 이란 측은 미국의 제안을 검토는 하겠지만 직접 대화할 뜻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물밑에선 중재자들의 노력에 힘입어 이르면 이번 주말 파키스탄에서 종전을 위한 직접 협상이 열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25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이란과의 협상이 진행 중이라면서도 구체적 협상 내용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미국은 이른바 15개 요구안을 이란 측에 던져놓고 압도적 전력을 내세워 이란 지도부를 압박 중이다. 전날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중재국 파키스탄을 통해 이란에 15개 요구안을 담은 제안서를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 이란이 핵무기 포기 등 주요 쟁점에 합의했다고 밝혔지만 이란 지도부는 미국과 협상을 하고 있지 않다면서 부인한 상태다.
레빗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강한 표현을 동원하며 이란을 압박했다.
그는 "더 이상의 죽음과 파괴는 필요하지 않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지옥을 불러올(unleash hell) 준비가 돼 있다. 이란은 다시는 오판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반대로 이란은 미국과 진행 중인 대화는 없으며 대화할 의향도 없다고 맞섰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현재 미국과 진행 중인 대화는 전혀 없다. 다양한 중재자를 통해 메시지가 전달되고는 있으나, 메시지 교환이 미국과의 협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그는 "지도부가 중재국을 통해 미국이 제시한 평화안을 검토 중"이라면서도 "미국은 자신들이 내세웠던 전쟁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란 국영 프레스TV는 25일 이란 고위 정치·안보 당국자를 인용, 이란이 종전을 위해 동의할 수 있는 5가지 조건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이들 조건은 ▲ 적에 의한 침략·암살 완전 중단 ▲ 이란에 대한 전쟁 재발을 방지하는 견고한 메커니즘 수립 ▲ 전쟁 피해에 대한 명확한 배상 ▲ 중동 전역에 걸친 모든 전선과 저항 조직에 대한 전쟁 완전 종결 ▲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이란의 합법적인 주권 행사와 이에 대한 보장 등이다.
돌파구 마련을 위한 중재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미·이란 양국과 밀접한 관계인 파키스탄은 이번 주말 자국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평화회담을 하자고 양측에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종전을 목표로 한 회담이 이르면 이번 주말 이슬라마바드에서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이탈리아 일간 코리에레 델레 세라가 보도했다.
미국과 이란 측의 과거 협상에 깊이 관여해 온 그로시 총장은 이 신문과 인터뷰에서 협상 성사 시 양측이 핵 문제를 포함해 탄도미사일, 역내 친(親)이란 무장세력, 이란의 안전보장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주말 이슬라마바드 협상설'과 관련해 당사국들은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양국 모두 자신들이 우위를 점하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지나치게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을 피하려 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일정이 5월 중순으로 잡히면서 그 전에 전쟁이 중단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의 방중은 당초 이달 31일부터 내달 2일까지였으나 이란 전쟁을 이유로 미뤄졌다가 5월 14~15일로 재조정됐다.
AP통신은 백악관의 방중 일정 발표에 대해 "레빗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전에 전쟁이 종착점에 이를 수 있다는 낙관적 어조를 내놨다"고 전했다.
종전협상 성사를 위한 물밑 대화 기류 가운데서도 양측의 군사적 공방은 치열하게 이어졌다.
이스라엘군은 24일(현지시간) 이란 이스파한에 있는 잠수함 설계·개발 수중시설을 공격했다면서 이란의 잠수함 제조능력이 크게 훼손됐다고 주장했다.
미국도 공습을 계속하고 지상군 병력을 이동시키며 이란을 압박했다. 브래드 쿠퍼 미 중부사령관 이날 전황브리핑에서 "몇시간 전 1만번째 이란 표적을 타격했다"면서 "이스라엘의 성과를 합하면 우리는 수천개의 표적을 더 타격했다"고 말했다.
미군 해병 기동부대가 일본과 캘리포니아에서 중동으로 이동 중이며, 제82공수사단 소속 전투여단도 중동 전개 명령을 받았다는 보도도 잇따랐다.
이들 부대를 합하면 약 7천명 규모로, 미국이 이란을 압박하기 위해 하르그 섬, 아부무사 섬 등 요충지에 지상군을 상륙시켜 기습 점령하는 시나리오를 검토 중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스라엘은 자신들이 배제된 채 일방적으로 휴전이 선언되는 상황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매체 채널12는 미국이 이란에 제안한 15개 요구안에 대한 합의가 마무리되기 전에 이르면 오는 토요일(28일) 트럼프 대통령이 휴전을 전격 선언할 가능성을 이스라엘 정부가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군은 휴전 선언 전에 이란에 치명적 타격을 입히기 위해 핵심 표적을 우선순위에 따라 다시 정리하는 등 작전계획을 재정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은 또 레바논의 베이루트 남부 다히야 지역을 중심으로 친이란 이슬람 무장조직 헤즈볼라에 대한 공습도 강도 높게 이어갔다.
이란 역시 미국의 항공모함을 상대로 공격에 나서는 등 군사 대응 수위를 끌어올렸다.
이란은 25일(현지시간) 중동 해역의 미 항공모함 USS 에이브러햄 링컨호를 향해 순항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주장했다.
이란군은 국영방송을 통해 "지대함 순항미사일 가데르 여러 발이 에이브러햄 링컨함을 겨냥했으며 이에 따라 이 항모가 위치를 변경해야 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