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대전 안전공업 화재 당시 경보기가 울렸다가 바로 꺼진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손주환 대표이사를 포함한 경영진 6명을 출국금지 조치했다.
대전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는 26일 브리핑에서 “관련자 진술을 종합하면 화재 발생 직후 경보가 울렸지만 금세 꺼졌다”며 “이로 인해 노동자들이 평소와 같은 경보기 오작동으로 인식해 화재 인지와 대피가 지연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경보기 오작동이 평소에도 잦았다고 진술한 직원들은 “화재 당일에도 경보기가 5~10초 간격으로 울렸다가 꺼졌다”고 경찰에 말했다. 이들은 한 달 또는 두세 달에 한 번꼴로 같은 현상이 있었다고 진술했다.
사망자 14명 중 9명이 발견된 2.5층 휴게실에서도 이 같은 상황으로 대피가 늦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점심시간에 휴식을 취하던 직원들은 “이번에도 오작동인가”라고 여기고 상황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직원들의 고함과 연기를 직접 목격한 뒤에야 화재를 인지했다는 진술이 이어졌다.
조대현 광역범죄수사대장은 “화재 직전 2층 휴게실에서 나온 직원이 1층 밖으로 이동하다 비상벨 소리를 들었다”며 “다시 들어가려 했지만 이미 검은 연기가 위로 치솟고 있었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2.5층 휴게실에서 화재를 인지한 뒤 1층으로 대피하려 했으나 이미 연기가 가득 차 3층 옥외주차장으로 올라가 구조됐다.
최초 목격자는 “1층 4라인 천장 덕트에서 불이 시작됐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당시 점심시간으로 작업은 중단된 상태였지만 해당 직원은 24시간 가동되는 자동차 부품 절삭·연삭 기계를 모니터링하기 위해 현장에 남아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 목격자는 불꽃을 발견하고 소화기를 들고 진화에 나섰으나 불길이 급속히 번지자 “빨리 나가라”는 외침을 듣고 대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1층에서 시작된 불이 순식간에 공장 전체로 확산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은 연기가 빠르게 퍼지면서 대피 역시 쉽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2층 출입문으로 연기가 밀려들자 휴게실에서 쉬던 노동자 일부는 창문 밖으로 뛰어내렸고 일부는 3층 주차장으로 올라가 몸을 피했다. 외부로 통하는 가벽(가짜 벽)으로 탈출을 시도한 직원들도 있었지만 가벽이 아닌 실제 벽체였던 곳이라 그곳으로 탈출하지 못했다고도 한다.
조 대장은 “가벽으로 알고 탈출을 시도했지만 실제 벽이어서 부수지 못했다는 진술이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경보기가 울렸다 꺼진 점이 인명 피해를 키운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보고 인위적 조작 여부와 시스템 결함 가능성 등을 조사하고 있다. 해당 경보기는 아날로그 방식인 P형 수신기로, 별도의 로그 기록은 남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화재가 발생한 동관 3층 옥외주차장 한쪽에는 무허가 나트륨 정제시설이 나중에 들어섰는데 이 공간에 설치된 스프링클러 기능은 꺼져있었다. 나트룸은 물과 반응해 폭발하는 특성이 있다. 경찰은 이 구역만 꺼진 건지 옥외 주차장에 설치된 스프링클러가 모두 꺼진 것인지도 들여다보고 있다.
노동당국은 사망자 14명 중 하청업체 소속 2명에 대해 불법 파견 여부도 조사할 방침이다. 나머지 12명은 정규직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업무용 PC와 개인 휴대전화 등 256점에 대해 디지털 포렌식 분석을 진행하는 등 화재 원인 규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앞서 노동당국은 손 대표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