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문자부터 종교·건축까지…그 이면에 새겨진 ‘계급’ 탐구

계급욕망의 유전자/ 서현/ 효형출판/ 2만9000원

 

인류는 끊임없이 평등을 말해 왔지만, 동시에 끊임없이 서열을 만들어 왔다. 신간 ‘계급욕망의 유전자’는 이 모순적인 사실에서 출발한다. 인간은 왜 자신의 지위를 드러내려 하고, 계급을 욕망하는가. 건축가 서현은 이 질문을 문헌과 건축, 도시와 제도의 흔적 속에서 추적한다. 책은 인류의 직립보행 시작부터 문자, 종교, 도시, 근대 국가, 그리고 현대 한국 사회에 이르기까지 문명의 주요 장면들을 가로지르며 그 이면에 숨은 구조, 특히 ‘계급을 드러내려는 욕망’이 어떻게 공간과 제도 속에 새겨졌는지를 읽어낸다.

저자는 자유를 ‘선택 가능성의 양’으로 정의한다. 기술은 인간의 자유를 늘려왔고, 권력은 그 자유를 분배하는 장치였다. 인류의 역사는 이 두 힘이 맞물려 움직인 기록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자유가 확대될수록 계급욕망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은밀하고 정교한 방식으로 자신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서현/ 효형출판/ 2만9000원

그 흔적은 곳곳에 남아 있다. 최초의 문자는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교환의 증거이자 기억의 장치였고, 종교 공간은 신앙을 넘어 권위와 위계를 조직하는 구조였다. 바실리카에 뒤늦게 추가된 고해소는 신과 인간 사이의 관계 변화가 공간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보여준다. 르네상스 건축에서 등장한 얇은 장식적 표피는 적은 비용으로도 계급을 과시하려는 욕망의 산물이었다.



책은 이처럼 서로 다른 시대와 사례들을 병치한다. 성서 번역의 작은 오해에서 시작해 갈릴레이의 망원경,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 개념 번역, 군대 계급 구조, 위그노의 격자형 도시 실험, 그리고 한국 사회의 장례 문화까지 이어진다. 각각은 독립된 사건처럼 보이지만, 저자의 시선 아래에서는 하나의 흐름으로 묶인다. 인간이 자신의 위치를 어떻게 드러내고, 그것을 정당화해 왔는지에 대한 연속된 사례들이다.

시선은 한국 사회로도 향한다. 제헌의회가 특정 종교의 기도로 문을 열었던 장면, 대통령을 봉황으로 상징하는 관행, 장례식장을 채우는 조화의 직함들. 저자는 이 장면들을 왕조 국가의 흔적이 민주주의 제도 안에 살아 있다는 증거로 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