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세계가 신발을 벗다 [이지영의 K컬처 여행]

3월 21일 밤 수많은 인파가 보랏빛 응원봉을 들고 경복궁 월대 앞에 섰고, 넷플릭스를 통해 190개국이 그 순간을 동시에 목격했다. 방탄소년단(BTS)의 정규 5집 ‘아리랑’은 발매 당일 한터차트 기준 398만장 이상을 기록하며 역대 최다 초동(발매 후 일주일) 판매 기록을 단 하루 만에 갈아치웠다. 수록 14곡 전곡이 멜론 톱100에 진입했으며, 스포티파이 글로벌 차트 상위 14위를 독점했다. 타이틀곡 스윔은 발매 한 시간 만에 멜론 1위를 차지하며 자체 기록을 다시 썼다. 압도적이다. 그러나 이번 귀환의 진짜 무게는 수치 너머에 있다.

 

RM은 무대 위에서 “답은 밖이 아니라 안에 있었다”고 말했다. 슈가는 “불안한 감정 또한 우리 자신이다”고 덧붙였다.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일곱 멤버가 미국도, 유럽도 아닌 광화문을 택한 것은 그 고백의 시각적 구현이었다. 전통 복식을 재해석한 의상, 국립국악원과의 협연, 건곤감리를 테마로 경복궁 외벽을 수묵화처럼 물들인 미디어 파사드. ‘아리랑’이라는 앨범 제목은 뿌리로의 귀환이자, 그 뿌리를 긍정함으로써 더 넓은 세계로 헤엄쳐 나가겠다는 선언이었다.

 

수록곡 ‘Aliens’는 그 정체성 선언의 가장 날카로운 언어였다. “눈만 또 허벌나게 큰 너희가 말하길”, “저주하니 아직? 흉즉대길”, 아시아인을 향해 던져진 편견과 인종적 시선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2018년 BTS는 유엔에서 “Speak Yourself”라며 당신 자신에 대해 말하라고 촉구했다면, 이제 ‘Aliens’는 스스로에 대해 말하지 못하게 만드는 인종주의에 대한 비판으로 구체화한다. 가나부터 배우라, 들어오려면 신발을 벗으라는 방탄소년단의 일갈은 서구의 취향에 맞게 자신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가장 어글리한 모습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그 비판은 공허한 선언이 아니었다. 아미 커뮤니티의 기준 시각은 이미 한국 표준시(KST)다. 세계의 팬들이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 문화를 즐기고, 서울을 찾는다. 이것은 단순한 팬덤 현상이 아니다. 한국이 문화를 수출하는 단계를 넘어 세계가 문화를 즐기러 한국으로 오는 단계로 접어든 것이다. 이 문화역전은 국가 이미지의 재건이기도 하다. 한국은 더 이상 분단국가나 산업국가의 이미지에 머물지 않는다. BTS를 통해 서구 주류 사회가 비영어권 아시아 문화에 공감하고, 소수에 대한 차별과 편견의 인식을 바꾸는 경험을 시작하고 있다. 세계가 신발을 벗고 우리 집 앞에 서 있다.


이지영 한국외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