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의 미래] 미사일 한 발에 더 뜨거워지는 지구

기후위기는 부차적 문제 아닌
전쟁을 구성하는 구조 그 자체
화석연료 대신 재생에너지로
‘힘의 질서’ 벗어날 길 만들어야

“이란 전쟁은 기후 전쟁이기도 하다.”

이달 초 글로벌 기후저널리즘 네트워크 ‘커버링클라이밋나우(CCNows)’가 전 세계 언론인들을 대상으로 긴급 브리핑을 열고 전한 메시지였다. 모든 전쟁 보도에서 기후문제를 다룰 필요는 없으나, 이 전쟁을 전체적인 맥락에서 이해하려면 기후위기 역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기후위기는 부차적 문제가 아니라, 오늘날 전쟁을 구성하는 구조 그 자체가 됐다.

윤원섭 녹색전환연구소 선임연구원

당장 이란 전쟁은 석유 없이 수행될 수 없다. 항공모함, 전투기 같은 소위 첨단 군사장비는 화석연료를 소비하며 막대한 온실가스를 내뿜는다. 미국 비영리 연구기관 ‘클라이밋 앤드 커뮤니티 연구소’에 따르면,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첫 14일 동안 약 500만t의 온실가스가 배출된 것으로 분석됐다. 경기 성남시의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약 485만t, 2020년 기준)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문제는 전쟁이 장기화될수록 배출량이 더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미국은 이미 이 전쟁에 매일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를 투입하고 있다. 새로운 무기를 생산하고 이를 전장으로 수송하는 과정에서도 연료가 소모돼 배출량은 증가한다. 여기에 더해 액화천연가스(LNG) 등 시설 공격이 이뤄질 경우 화석연료가 통제되지 않은 채 연소되면서 대규모 배출이 발생한다. 실제로 이란은 보복 공격의 일환으로 카타르 등 주변국의 LNG 시설을 공격하며 이러한 위험은 현실화하고 있다.

물론 현실에서 더 크게 부각되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배출량이 아니라, 당장의 에너지 수급 문제다. 전 세계 원유 공급의 20% 이상이 지나가는 ‘동맥’인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됐기 때문이다. 그 여파가 아시아와 유럽 국가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당장 필리핀은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인도, 파키스탄, 네팔 등 남아시아 국가들 역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역시 에너지 수요 억제를 위한 시민 차원의 행동을 촉구하며, 재택근무 권장과 대중교통 사용 장려 등 10대 행동 계획을 발표했다.

한국 역시 위기가 점차 고조되고 있다. 이란 전쟁이 전 세계적인 에너지 위기로 번지자, 정부는 공공 부문 차량 요일제를 발표하고 출퇴근 시간 조정까지 검토하고 있다. 자원안보 위기 경보는 일찌감치 ‘주의’ 단계로 격상됐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에너지 비상 대응체계를 강화한 상태다. 정부는 연일 국민을 안심시키고 있으나, 분위기가 점점 고조되는 것이 느껴진다. 기자들이 모인 텔레그램방과 각종 뉴스 앱에서는 이미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신호가 실시간으로 올라오고 있다. 에너지 이슈와 종량제 봉투 대란 우려가 정치 소식을 주고받는 기자방에 등장했다는 것 그 자체가 이 문제는 단순한 우려를 넘어서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LNG 수급이 불안정해지자, 정부는 충남 보령과 경남 하동 일대 석탄화력발전소의 가동 연장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상황 속에서 우리는 화석연료 대신 재생에너지 설비를 어떻게 더 빠르게 안전하게 늘릴 수 있을지 생각해야 한다.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풀려도 공급망 병목으로 인해 그 여파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IEA가 전망한 바 있다. 아울러 이번 전쟁은 에너지 전환이 왜 안보의 문제인지 다시 보여준다. 사이먼 스틸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총장 역시 최근 상황과 관련해 “화석연료 위기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라며 “재생에너지는 국가가 세계적 혼란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고, ‘힘이 곧 질서’인 (국제) 정치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을 만든다”라고 피력했다.

세계가 혼란에 빠진 가운데, 세계기상기구(WMO)는 ‘2025 전지구 기후 현황 보고서’를 통해 온실가스 농도 증가로 지구 환경 시스템 전반이 비상사태 수준에 이르렀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이런 과학적 경고는 총성과 속보 사이에서 좀처럼 주목받지 못했다. 이 혼란한 상황 속에서 한 과학자의 말이 계속 머릿속을 맴돈다. “미사일 한 발 한 발이 지구를 더 뜨겁고 불안정하게 만든다.”

 

윤원섭 녹색전환연구소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