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나온 책] 닥터 아포칼립스 외

닥터 아포칼립스(연상호·전건우, 와우포인트퍼블리싱, 1만7000원)=영화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과 K공포소설을 대표하는 전건우 작가의 협업으로 탄생한 메디컬 좀비소설이다. 시베리아를 통과하는 참치잡이 배에서 돌아온 선원들은 오랜만에 한국 땅을 밟은 기념으로 홍대의 룸살롱을 찾는다. 거나하게 취해보자는 꿈도 잠시, 술을 마시던 일행 중 한 명이 갑자기 괴성을 지르며 주위 사람을 물어뜯기 시작한다. 시베리아 영구 동토가 녹으며 활성화된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 작품은 바이러스 감염 사태로 인한 혼란상을 그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 감염자를 환자로 볼 것인가, 괴물로 볼 것인가를 두고 벌이는 뜨거운 논쟁이 소설의 한 축을 이룬다. 대재앙 속에서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묻는 작품이다.

인생여전(양성민, 돌베개, 18000원)=전태일문학상 르포 부문 수상자인 저자의 에세이다. 조선, 건설, 제조, 택배, 시설관리 등 여러 노동 현장에서 일용직이나 단기계약직으로 일하며 20년 넘게 육체노동자로 살아온 저자는 현장에서의 단상을 담담하고도 유머러스한 문장으로 기록했다. 땀내 나는 현장의 기록 속에 임금체불이나 산업재해, 불법파견 등 노동 현장의 고질적인 문제는 물론 노동의 가치, 사회의 차별적 시선에 대한 묵직한 질문도 던진다.

단어의 선물(피터 H 레이놀즈, 김경연 옮김, 문학동네, 1만5000원)=눈이 쌓인 겨울날 제롬은 마음에 드는 단어를 찾기 위해 반려견 에코와 길을 나선다. 제롬이 찾는 건 축하와 희망을 전하는, 기쁨과 사랑이 담긴 낱말들. 그러나 거리에서 마주치는 단어들은 ‘폐업정리’, ‘출입금지’, ‘견인조치’ 같은 차가운 단어뿐이다. 이에 자신의 단어꾸러미를 들고 공원으로 간 제롬은 커다란 나무 앞에서 큰소리로 외친다. “모두 함께 낱말 나무를 만들어요!” 곳곳에서 모인 사람들이 함께 긍정의 단어를 매달면서 앙상했던 나뭇가지에는 마치 봄이 온 듯 노란색 종이들이 하나둘 꽃처럼 피어난다.

양배추를 응원해주세요(온선영, 홍주연 그림, 창비, 1만2800원)=축구에 살고 축구에 죽는 9살 소년 현찬은 축구 선수가 되겠다고 선언하지만, 엄마 아빠의 비웃음만 사고 만다. 설상가상으로 체육 대회 주전 선수를 뽑는 날 아침, 현찬에게는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 눈을 떠보니 현찬의 몸이 초록색 ‘양배추’로 변해버린 것. 하지만 중요한 건 포기하지 않는 마음! 현찬은 주변의 우려를 뒤로하고 운동장으로 향한다. ‘하고 싶은 일’과 ‘잘하는 일’ 사이에서 일렁이는 아이들의 고민을 예리하게 포착한다. 초등 저학년 어린이들의 ‘인생 동화’가 되어 줄 작품이라 할 만하다. 제30회 창비 ‘좋은 어린이 책’ 대상을 받았다.

서울시의원 아무나 하나(박상현, 피터앤파트너스, 1만7000원)=시민의 삶을 규정하는 조례를 통해 한국 지방정치의 현실을 해부한 책이다. 낡은 이념과 진영의 틀에 갇힌 조례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서울시민의 삶을 책임지는 조례를 제정하고 개정해 나가야 하는 시의원의 역할과 자질을 실감 나게 다루고 있다. 원문 조례안과 심사·검토보고서, 회의록, 발의 의원과 서울시 공무원 취재 등 폭넓은 취재를 통해 서울시의회에서 벌어지는 권력의 흐름과 의정 현실을 기록한다. 저자는 제11대 서울시의회가 폐지한 네 가지 조례 △서울특별시 학생인권조례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조례 △서울특별시 장애인 탈시설 지원 조례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TBS 설립 및 운영 조례를 ‘나쁜 조례’로 규정하며 “인권 향상과 민주주의 발전이라는 시대정신을 거스른 결정”이라고 비판한다.

자녀가 읽어주는 상속·증여(이강오·김정현 등 17인, 삼일인포마인, 2만5000원)=우리 사회가 빠르게 고령화되면서 ‘상속’은 더는 일부 자산가의 문제가 아니다. 부모 세대가 평생 모은 집 한 채와 금융자산만 있어도 상속과 증여 문제는 현실이 된다. 세무상담 현장에서는 “상속이 시작되면 가족이 멀어진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책은 세무사·공인회계사·변호사·법무사·감정평가사 등 세금 전문가 17명이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주요 쟁점을 알기 쉽게 안내하고 있다. 대부분의 상속 관련 서적이 자산가의 절세 전략을 중심으로 설명해 왔다면, 이 책은 상속을 실제로 맞닥뜨리게 되는 자녀들이 알아야 할 제도와 절차를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