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와 구글 등 빅테크(거대기술기업)가 운영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아동·청소년에게 중독을 유발해 정신 건강에 피해를 입혔다는 주장을 미국 법원이 인정했다. 빅테크에 대한 사회적 의무를 처음으로 인정한 판결로, 향후 비슷한 소송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25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미국 로스앤젤레스 소재 캘리포니아주 1심 법원 배심원단은 메타와 구글이 운영하는 인스타그램과 유튜브가 청소년 SNS 중독에 책임이 있다고 판단해 600만달러(약 90억원)를 원고에게 배상하라는 평결을 내렸다.
이는 원고가 겪은 피해에 따른 300만달러의 배상액과 같은 금액의 징벌적 손해배상액을 합친 것이다. 평결이 확정되면 배상금의 70%는 메타가, 나머지 30%는 구글이 물게 된다.
이번 소송은 ‘케일리’라는 가명을 쓰는 여성이 어린 시절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을 과도하게 사용한 후 불안과 우울증을 겪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소송의 핵심은 SNS의 설계 방식이다. 기업들이 계속되는 스크롤링(더 많은 콘텐츠를 볼 수 있도록 페이지를 아래로 이동하는 동작), 알고리즘 등의 기술을 통해 이용자를 중독시키는 설계를 했다고 원고 측은 주장했다.
메타는 케일리가 SNS와 무관하게 정신건강 문제를 겪었다고 주장했고, 유튜브는 자신들의 플랫폼이 SNS가 아니라 TV와 유사한 동영상 플랫폼이라고 강변했으나 배심원단은 이들에게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두 회사는 판결에 대해 즉시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뉴멕시코주 1심 법원에서 이용자 보호와 관련한 주 법을 위반했다며 메타에 3억7500만달러의 벌금을 내라고 평결한 지 하루 만에 나왔다. SNS를 둘러싼 소송전에서 잇따라 이용자의 손을 들어줌에 따라, 향후 비슷한 소송에서도 유사한 결론이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WP는 “수십년간 빅테크를 무적같이 보이게 했던 법적 보호 장치에 균열이 생기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신호”라며 “기업들은 막대한 손해배상 판결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