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활황에 힘입어 지난해 역대 최대 순이익을 내고 주가까지 급등한 증권사들이 정작 주주친화정책엔 소홀한 모습이다. 국내외 주식 거래대금 수수료로 급증한 순이익을 신기술 도입이나 임직원 인센티브 지급에 쓰겠다고 나선 것이다.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예고했던 국민연금이 증권사들의 ‘반(反)주주친화 정책’에 줄줄이 반대표를 던졌지만 주주총회에서 안건 통과를 막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61개 증권사는 9조645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둬들였다. 이는 전년(6조9441억원) 대비 2조7014억원 증가한 수치다. 국내 및 해외주식 거래대금 증가로 증권사 수탁수수료(8조6021억원)가 전년 대비 37.3%나 증가한 영향이다.
모처럼 증시 호황 덕을 보고 있지만 증권사들의 주주에 대한 보답은 뒷걸음질하는 모양새다.
반면 국민연금은 25일 열린 SK하이닉스 주총에서는 똑같은 내용의 정관변경 안건에 찬성표를 던졌다.
반도체를 활용하는 기술기업과 단순 주식거래 중개역할을 하는 증권사의 역할차이를 구분한 것으로 보인다. 24일 열린 SK증권 주총에서도 미래에셋증권과 동일한 자사주 처분 예외를 담은 정관변경 안건이 통과했다. 다만 국민연금이 지분을 가지고 있지 않아 의결권 행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지난해 ‘1조 클럽’에 입성한 NH투자증권은 26일 열린 주총에서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시 발행할 수 있는 신주발행규모를 기존 총 발행주식수의 30%에서 50% 늘리는 정관변경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은 “정당한 사유 없이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약화시킨다”며 반대했다.
주주친화정책을 마냥 외면했다고 볼 수는 없다. 미래에셋증권은 현금배당 등 역대급 주주환원책을 내놓은 바 있다. NH투자증권과 대신증권, SK증권도 배당확대·자사주 소각 등 정책을 시행 중이다.
그럼에도 국민연금이 특정 안건에 반대표를 던진 것은 결국 주주가치제고에 역행하는 내용은 반대한다는 시그널을 주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결국 주총에서 안건이 통과한 것은 국민연금은 법적인 원칙을 존중하는 거고 기업은 경영전략 목적으로 쓰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라며 “기업 입장과 법 원칙(의무 소각)의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