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인생을 파멸시켜도 된다는 ‘휴브리스’(인간의 오만), ‘네메시스’(신의 응징)…천벌을 받은 것.”
직장 동료였던 항공사 기장을 살해한 김동환(49)이 26일 검찰에 송치되는 과정에서 한 말이다.
부산경찰청은 이날 김동환을 살인, 살인미수, 살인예비 등 혐의로 부산지검에 구속 송치했다.
휴브리스(Hubris)와 네메시스(Nemesis)는 고대 그리스 신화와 철학에 나오는 용어다.
휴브리스는 ‘인간의 오만’을, 네메시스는 오만에 빠진 사람에게 내리는 ‘신의 응징’을 각각 의미한다.
김동환은 부산지검에 도착한 뒤에도 이 같은 말을 반복했다.
그는 이어 ‘유가족에게 하고 싶은 말 없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유가족이 저한테 하고 싶은 말 없습니까”라고 되묻는가 하면, ‘본인 신상이 공개됐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얼마든지 공개하십시오. 제 과거까지 다 들추십시오”라며 당당한 태도를 보였다.
경찰에 따르면 그는 동료 기장들을 향한 왜곡된 피해의식을 키워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자신의 범죄에 스스로 당당한 태도를 보인 것으로 추정된다.
동료 항공사 기장을 살해한 김동환 사건은 단순한 우발 범행이 아닌, 수년에 걸쳐 준비된 계획적 범죄로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김동환은 약 3년 전부터 특정 기장들을 범행 대상으로 삼고, 거주지와 생활 동선을 지속적으로 파악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해왔다.
실제 범행 이전 수개월 동안 피해자를 미행하며 범행 기회를 노린 정황도 드러났다.
그는 택배 기사로 위장하는 등의 방식으로 수개월 전부터 범행 대상들을 따라다니며 거주지, 출근 시간, 동선 등 구체적인 정보를 수집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항공사 직원만 이용 가능한 사이트에 타인 명의 계정으로 접속해 운항 스케줄 등을 확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동환은 범행 당시 여행용 캐리어를 끌고 다녔는데, 그 안에는 범행 도구 여러 개가 들어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그의 범행은 인적이 드문 시간대를 노려 기습적으로 이뤄졌다.
김동환은 사전에 준비한 흉기를 이용해 피해자를 공격해 살해했으며, 추가 범행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직후 김동환은 현장을 빠르게 벗어나며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 했으나, 경찰은 주변 폐쇄회로(CC)TV와 이동 경로 분석을 통해 용의자를 특정했다.
이후 통신 기록과 사전 준비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하면서 김동환을 유력한 피의자로 좁혀갔다.
경찰은 추적 끝에 김동환을 검거했으며, 조사 과정에서 범행의 계획성과 동기 등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김동환은 “자신이 조직 내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왜곡된 인식 속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재직 중 개인적으로 감정이 좋지 않았던 사람들을 상대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며 “다만 범행 대상은 내부 평가 등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인물들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김동환은 항공사에서 부기장으로 근무하던 중 같은 직장 기장들과 갈등을 겪었고, 2년 전 자발적으로 회사를 그만둔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당국은 이번 사건을 개인적 불만과 왜곡된 인식이 결합된 계획적 보복 범죄로 보고 있으며, 추가 범행 가능성에 대해서도 계속 조사 중이다.
한편 김동환의 살해 대상은 총 6명인 것으로 드러났다. 다행히 그가 경찰에 체포되면서 더 큰 희생은 피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