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마지막 주에도 전국에서 다양한 사건사고가 이어졌다. 부산에서 항공사 기장을 살해한 전직 부기장의 신상이 공개되는가 하면 7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대전 안전공업 화재 발생 당시엔 경보가 울렸다가 바로 꺼진 것으로 확인됐다. 필리핀에서 국내로 임시 송환된 ‘마약왕’ 박왕열은 구속됐다.
◆ 항공사 기장 살해범은 49살 김동환…“총 6명 살해 계획”
항공사 기장을 살해한 혐의로 지난 26일 검찰로 구속송치된 김동환(49)은 모두 6명의 현직 기장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김씨는 자신과 함께 근무했던 항공사 소속 기장 6명을 범행 대상으로 삼아 수개월 전부터 준비했다. 김씨는 퇴사 이후 항공사의 한 동료 계정으로 운항 스케줄 사이트에 접속해 수시로 이들 6명의 운항 스케줄을 확인했다. 이어 수개월에 걸쳐 대상자들을 몰래 따라다니며 세부 동선을 파악했고, 택배기사로 위장해 주거지를 파악하고 범행 장소를 물색했다.
경찰은 김씨 검거 이후 범행 대상이 모두 4명인 것으로 파악했으나 관련 증거를 토대로 김동환이 2명을 더 노렸던 것을 확인했다. 첫 범행은 지난 16일 경기도 고양시에서 벌어졌는데 당시 김씨는 기장 A씨를 덮친 뒤 도구를 이용해 목을 졸라 살해하려다 범행에 실패하고 부산으로 향했다. 김씨는 하루 뒤인 17일 오전 5시30분쯤 부산 부산진구의 한 아파트에서 다른 기장 B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도주했다. 이후 추가 범행을 위해 경남 창원에 있는 또 다른 C씨를 찾아갔으나 범행을 실행하지 못하고 울산으로 도주했다가 B씨 살해 14시간여 만에 검거됐다. 추가된 2명에 대해서는 기존의 4명처럼 범행 계획이 치밀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6명은 항공사 재직 당시 김씨 평가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위치도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했다.
경찰은 지난 24일 오후 신상정보 공개심의위원회을 열고 김씨의 얼굴과 이름, 나이 등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그는 26일 검찰로 송치되는 과정에서도 여전히 범행을 정당화하는 발언을 이어 나갔다. 김씨는 보상금 소송 관련 문제로 사람을 죽여도 된다고 생각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격앙된 목소리로 “악랄한 기득권이 한 인생을, 개인의 인생을 파멸시켜도 된다는 ‘휴브리스’”라며 “미친 ‘네메시스’, 천벌을 받은 것이다”라고 말했다. 휴브리스(Hubris)와 네메시스(Nemesis)는 고대 그리스 신화와 철학에 나오는 용어로, 휴브리스는 ‘인간의 오만’, 네메시스는 ‘신의 응징’을 각각 의미한다.
◆ “안전공업 화재, 대피 지연 원인”…김앤장 선임해 수사 대응
대전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는 지난 26일 안전공업 화재 브리핑에서 “관련자 진술을 종합하면 처음에는 화재 발생 때 경보를 들었지만 불과 얼마 되지 않아 경보가 바로 꺼졌다”며 “그런 이유로 평소와 같은 경보기 오작동으로 알았다고 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0일 대전 대덕구 문평동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인 안전공업에서 불이 나 14명이 숨지고 60명이 다치는 대형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경찰은 경보가 울리다가 중단된 게 다수 인명피해를 초래한 주요 원인으로 보고 경위를 집중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누가 일부러 경보기를 끈 것인지, 시스템상 문제가 있었던 건지 등에 관해 확인할 계획이다. 경보기 오작동이 잦았던 탓에 직원들은 화재 당시에도 오작동으로 판단했을 수 있고, 실제 불이 났는데도 바로 대피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사망자 9명이 나온 2층 복층 구조의 헬스장(탈의실)에서도 이런 이유로 화재를 인지하는 데 시간이 걸렸고, 짙은 연기가 빠르게 확산해 대피 과정도 녹록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손주환 대표이사를 포함, 안전공업 경영진 6명의 출국을 금지했다. 지난 23일 압수수색 과정에서 확보한 업무용 PC와 개인 휴대전화 등 256점을 디지털 포렌식 분석 중이다. 손 대표는 화재 참사 직후 국내 최대 법무법인으로 꼽히는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인을 선임해 수사부터 유가족 대응, 사고 수습 등을 보조받고 있다. 화재 뒤 이뤄진 경찰 조사도 변호인이 입회한 상태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손 대표는 이번 화재 희생자 및 유족에 대해 “유족이고 XX이고”, “늦게 나와 죽었다” 등 막말한 사실이 알려져 지난 26일 공개 사과했다. 각종 불법 및 안전 개선 요구 묵살 의혹을 비롯해 변호인단 관련 질문에는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있다.
◆ ‘마약왕’ 박왕열 9년 만에 송환…필로폰 양성 반응
경기 의정부지법은 지난 27일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는 박왕열(47)에 대해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한국인 3명을 살해한 혐의로 필리핀에서 수감 중이던 박씨는 국내에 다량의 마약을 유통한 혐의로 25일 임시 인도돼 경기북부경찰청의 수사를 받고 있다. 박씨의 송환은 정부가 송환 노력을 기울인 지 9년여만이자, 이재명 대통령이 이달 초 필리핀과의 정상회담에서 인도 요청을 한 지 약 3주 만이다.
박씨는 2024년 6월과 7월 등 두 차례에 걸쳐 필로폰 4.6㎏을 인천과 김해공항을 통해 밀수한 혐의를 받는다. 그가 국내에 반입한 마약만 필로폰 4.9㎏, 엑스터시 4500여정, 대마 3.99g 등 시가 30억원 상당에 이른다. 경찰이 파악한 박씨의 국내 공범은 판매책 29명, 공급책 10명, 밀반입책 2명, 자금관리책 1명 등이다. 단순 매수자 194명을 포함해 전체 검거 인원만 236명이다. 이중 42명은 구속됐다.
경찰 조사 결과 박씨에 대한 소변 간이시약검사 결과 필로폰 양성 반응이 나왔다. 박씨도 경찰 조사에서 “필로폰을 투약했다”고 혐의를 인정했다. 경찰은 필리핀 경찰로부터 박씨를 인계받은 직후 소변과 모발 등을 채취해 간이검사를 실시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 감정을 의뢰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