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애 단순 장염인 줄 알았는데”…‘성장 부진’ 소아 크론병 비중 15% [건강+]

소화관 전체 염증 생기는 ‘크론병’
최근 5년 새 환자 35.8% 증가해
남성 환자가 여성 환자보다 2배↑

#1. 주부 A씨는 지난 여름 자녀가 계속 복통과 설사를 하자 처음에는 단순 식중독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증상이 6개월간 지속됐고, 동네 의원에서 처방받은 약도 무용지물이었다. 결국 상급병원을 찾은 A씨의 자녀는 ‘크론병’이라는 생소한 진단을 받았다.

 

#2. 얼마 전 크론병 확진을 받은 직장인 B씨는 복통으로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힘들어졌다. 음식을 먹을 때마다 배를 쥐어짜는 통증이 동반되기 때문이다. 허리조차 펴기 힘든 고통에 B씨의 체중은 급격히 감소했다.

소화관 전체에 발생하는 만성 염증성 장질환인 크론병이 소아·청소년에게서 약 15% 비중으로 발병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과거 국내에서는 희귀했던 ‘크론병’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새로운 건강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크론병은 입에서 항문까지 소화관 전체에 걸쳐 발생하는 만성 염증성 장질환이다.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유전적 요인 및 환경적 영향 등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젊은 층을 중심으로 발병률이 급증하고 있으며, 소아·청소년기에 발병할 경우 성장 부진을 동반할 수 있어 각별한 유의가 필요하다.

 

◆환자 10명 중 5명은 ‘2030 세대’

 

27일 의료계에 따르면 크론병 환자는 최근 5년간 증가 추세를 보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살펴보면 2020년 2만5476명이었던 환자 수는 2024년 3만4614명으로 약 35.8% 증가했다.

 

특히 20~30대 환자 비율이 전체 환자의 절반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도별 전체 대비 2030 환자 비율은 △2020년 55.7%(1만4208명) △2021년 54.6%(1만5685명) △2022년 53%(1만6483명) △2023년 52%(1만7444명) △2024년 51.8%(1만7958명)로 집계됐다.

 

성별로는 남성환자가 여성환자보다 확연히 많았다. 2024년 기준 남성환자는 2만3738명으로 여성환자(1만876명) 약 2배 정도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크론병은 복통과 설사 증상이 반복되는 게 특징으로, 주로 하복부에서 통증을 호소한다. 대부분 환자가 설사하며 동시에 체중감소도 일어난다. 특히 환자의 90%는 항문 질환을 동반하는데 항문 주위에 농양이 생기거나 이로 인해 치루가 발생해 극심한 고통을 유발하기도 한다.

크론병의 내시경 소견.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 캡처

 

◆‘소아 크론병’…성장기에 치명적이기도

 

소아·청소년에게 발생하는 크론병은 성인보다 염증의 범위가 넓고 증상이 중증인 경우가 많다. 특히 장 염증으로 인해 영양 결핍이 생겨 성장을 저해시킬 수 있기 때문에 조기 진단과 적극적인 치료가 요구된다.

 

실제 데이터에 따르면 소아·청소년 환자 비중도 늘고 있다. 소아·청소년 환자는 2020년 3208명(12.59%)에서 2024년 5323명(15.38%)으로 5년 새 비중이 약 2.8%포인트 증가했다.

 

류인혁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30년 전만 해도 크론병은 우리나라에 드문 질환이었는데 이제는 외래 진료에서 크론병 환자를 보지 않는 날이 거의 없다”며 “북미와 유럽에서 흔환 질환이었던 크론병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에서 지난 20~30년간 발병률이 빠르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어 “발병률이 높아진 국가들의 공통점은 식생활의 서구화”라며 “최근에는 초가공식품이 핵심 위험인자로 부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식이요법은 소아 크론병 치료의 핵심이다. 소아 환자의 경우 약물 대신 ‘완전경장영양요법’으로 치료하기도 한다. 이는 일반 식사를 중단하고 단백질 등 영양소가 풍부한 영양 음료만 8~12주간 섭취해 장의 염증을 가라앉히는 방법이다.

 

류 교수는 “소아 환자에게 경장영양식은 단순한 영양 보충이 아니라, 성장 부진과 영양 결핍을 막는 실질적인 치료 수단”이라며 “건강한 면역 체계를 위해 탄산음료와 가공 스낵을 줄이고 신선 식품 위주의 식습관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